학제 개편안 발표뒤 반대 이어져

교육계, 장관 사퇴 촉구 목소리도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2학기 방역과 학사 운영 방안 계획을 설명한 뒤 취재진 질문을 외면하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2학기 방역과 학사 운영 방안 계획을 설명한 뒤 취재진 질문을 외면하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

‘혼돈의 일주일’이다.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만 5세 입학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이에 반대하는 집회, 토론회, 기자회견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교육부에 교육계는 냉담한 태도를 보이며, 일각에선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는 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교사노조연맹 등과 함께 ‘만 5세 초등취학 철회 총공집회’를 진행한다. 범국민연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집회를 지난 1일부터 지속하고 있다. 또 범국민연대가 진행하는 ‘만 5세 입학 철회’ 반대 서명에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21만1239명이 동의한 상태다.

교육부 학제개편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이날 오전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정책은 취업시기를 1년 앞당기려는 경제적 목적만을 위해 유아의 발달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아동학대”라며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유관단체들도 연이어 반대성명서를 내고 반발 중이다.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는 지난 1일 “만 5세 초등 취학은 유아의 놀이권⋅행복권을 박탈하는, 역사적 심판을 받을 잘못된 정책안”이라고 규탄했다.

박 부총리가 지난 1일 약식브리핑을 통해 “오늘을 기점으로 앞으로 여러 단체를 만나고 최종적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연말에 시한이 마련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교육부가 2일과 3일 각각 학부모 단체, 유치원 학부모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사후 약방문’, ‘졸속 간담회’라는 비판이 일었다.

두 차례 열린 간담회에서 교육부를 향한 학부모의 분노가 드러났다. 학부모단체·교육부 간담회에서는 눈물을 보이는 학부모를 달래려던 박 부총리가 거절당하며 “장관님, 제가 지금 위로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3일 유치원 학부모들과 교육부 간담회가 끝난 뒤 한 학부모가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 “새 정부가 나온 지가 언제인데 이런 식으로 진행하느냐. 사과하고 철회하라”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여기에 교육부의 말 바꾸기와 불통 논란까지 계속되고 있다. 박 부총리가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다음 날(2일),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서 “국민이 원치 않으면 폐기될 수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언론브리핑에선 부총리 현장질의가 갑자기 취소된 데 이어, 기자들을 피하려던 박 부총리의 신발이 벗겨지는 일도 있었다.

교육부의 ‘선(先) 발표, 후(後) 의견수렴’ 모양새에 오히려 학부모 단체들이 자진해서 자체 간담회를 여는 상황이다.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5일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관련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를 열어 정책 진행 시 가장 어려운 점,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해 논의했다.

다수 학부모와 교육계는 정책의 절차적 타당성을 지적하며 아동 발달 단계상 만 5세 입학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1만662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설문조사에서 95%가 만 5세 초등 입학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전국 교직원·학부모·학생·학부모 13만1070명 대상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97.9%가 만 5세 하향 정책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하지 않았던 점도 문제가 됐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가 중요한 국가 교육정책 발표에서 교육청을 허수아비로 취급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만 5세 입학’ 외에도 외고 폐지, 교원 감축 등의 정책들도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는 5일 외고 폐지 철회 촉구 성명을 내고 “토론·공청회 없이 졸속 발표하는 부총리는 사퇴하라”며 “자사고 존치 정책과 일관되게 학생,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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