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하향하는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국민을 열불나게 했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처럼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기에 담당 장관이 부총리를 겸직할 만큼 행정부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검토와 중단을 반복할 정도로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려운 정책이다.
이처럼 중요한 정책을 전문가나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지나치게 과열된 사교육 시장과 아이들을 믿고 맡길 만한 시설이나 조직의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이다. 혼란스러울 때는 항상 원칙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학교 중심으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면 된다. 말은 쉽지만 좋은 대학을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경쟁사회 속에서는 불가능한 공염불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단견이다. 좋은 대학 입학이 결코 인생의 성공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도록 사회 전체의 인식을 바꾸면 된다.
초·중등학교 시절 필자는 보이스카우트였다. 평소 학교에 입고 다닐 정도로 까만색 베레모에 깔끔한 스카우트 단복도 멋있었지만, 방과 후 혹은 방학 때 친구들과 야영도 하고 다양한 교육을 받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동심과 자립심을 배웠고, 그때의 소중한 경험은 인생의 어려운 고비마다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보이스카우트는 현재 172개국에 4000만명의 회원이 있는 세계 최대의 청소년 단체이다. 대한민국에는 1922년에 최초로 도입되었으니, 올해로 100주년이 된다. 한때는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단복을 입은 소년, 소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 많던 스카우트는 모두 어디에 갔을까? 사각의 콘크리트 교실과 학원에서 잠을 설치며 성적지상주의의 희생양이 되고 있지는 않을까?
교육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청소년들이 사각의 콘크리트 교실과 학원이 아닌, 다양성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 속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며 협동정신과 자립심을 배우는 교육이 자연스럽다. 경험상 스카우트 활동은 자연스러운 전인교육(全人敎育)이 가능하다.
스카우트는 4~6세의 취학 전 아동인 ‘비버스카우트’부터 초·중·고에 맞춰 다양한 연령의 청소년들이 회원이다. 방과 후에도 지도교사의 보호 아래 역사와 사회, 과학, 예체능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솔직히 필자가 변호사로서 나아가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 지금은 다 잊어버린 복잡한 수학 공식보다 보이스카우트에서 배운 매듭법, 구명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체생활에서의 예법이 훨씬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을 건강한 시민으로 키울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눌러야 사는 경쟁의 정글로 몰아넣을지 교육 담당자들이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마침 내년 2023년에는 전북 새만금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개최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전 세계에서 모인 5만명의 친구와 교류하면서 세상이 넓다는 것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훨씬 가치 있는 투자가 아닐까 싶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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