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200분·만찬 100분…총 300분 함께한 한중 장관
박진, 산둥과 각별 인연…‘공자 고향’ 취푸도 후보지
우리 교민·기업 다수 진출한 칭다오로 최종 결정
박진-왕이, ‘등산’ 취미 공통점…기상여건으로 불발
왕이, 방한 초창에 “짜장면 먹으로 가겠다” 현장 웃음
[헤럴드경제=칭다오 공동취재단·최은지 기자] 윤석열 정부 취임 후 첫 고위급 인사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9일(현지시간)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 만찬까지 300분간 함께 시간을 보냈다. 회담이 개최된 장소 역시 박 장관을 배력한 중국측의 각별한 예우가 더해졌다.
박 장관과 수행원단 등 한국 대표단은 8일 공군 2호기를 타고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 자오둥 국제공항에 도착해 2박3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우리 외교부 장관이 칭다오를 방문한 것은 2004년 이후 18년 만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 수교 30주년(8월24일)을 앞두고 양국 장관이 칭다오시에서 만난 것은 중국측의 배려가 있었다고 한다.
박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 5월16일 화상으로 열린 회담에서 양 장관은 서로 ‘등산’이 취미라는 공통점을 나눴다.
왕 부장이 중국에서 어떤 산을 좋아하는지 묻자 박 장관이 “중국에서 유명한 산은 태산(泰山)”이라고 답했고, 박 장관이 산둥대 근무 경험을 언급하면서 개최 장소는 자연스럽게 산둥으로 결정됐다. 박 장관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산둥성 성도인 지난(濟南)시에 위치한 산둥대학교에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당초 중국측에서는 산둥성 중에서도 지난시에 위치하고 태산과 가까운 ‘취푸’(曲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산둥대가 지난시에 위치하는 데다 공자의 고향인 취푸는 한중 양국의 유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동이 어려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칭다오가 최종 결정됐다. 산둥성은 단일 성으로는 우리 기업과 교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이 중 절반이 칭다오에 진출하고 있다.
칭다오에도 노산(嶗山)이 있어 양 장관이 함께 산을 오르는 것도 노력했으나 기상 여건을 고려해 최종적으로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회담이 열리는 지모고성군란호텔은 중국에서 10대, 세계에서 50대 호텔에 꼽히는 곳으로 고성 자리에 동양적 색채를 입혀 재건립했다. ‘군란’은 군함이 큰 파도를 몰고와 흥한다는 뜻이다. 중국측에서 성의 있는 대접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한다. 별을 부여하지 않는 일종의 ‘특수 호텔’로 전체 240개 객실을 한국 대표단이 쓸 수 있도록 조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장소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고, 오랜만에 상호 국가에서 대면 회담을 하면서 우호적인 친교의 제스처로 이해할 수 있다”며 “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인 만큼 양국 장관이 친분과 우호를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장관은 이날 오후 4시5분부터 5시45분까지 호텔 회담장 ‘학궁’(學宮) 내의 진덕당(進德堂)에서 100분간 소인수 회담을 진행했다. 잠시 숨을 돌린 양 장관은 오후 6시5분부터 7시45분까지 명륜당(明倫堂)에서 100분간 확대 회담을 개최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여 회담 시간만 총 200분이었다. 오후 8시부터 9시40분까지 100분간은 만찬을 진행했다.
왕 부장은 확대 장관 회의에서 한중 수교 30주년에 대해 ‘삼십이립’(三十而立·어떠한 일에도 움직이지 않는 신념이 서게 됐다)이라는 공자의 말을 언급하며 “비바람에 시련을 겪어온 중한(한중) 관계는 당연히 더 성숙하고, 더 자주적이고, 더 견고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확대 장관 회의에서 “저는 이번이 46번째 중국 방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왕 부장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박 장관은 “우리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和而不同·서로 조화를 이루나 같아지지 않다)의 정신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의 모두발언 말미에 왕 부장을 한국에 초청하자, 이에 왕 부장은 “짜장면을 먹으러 가겠다”고 말해 현장에 웃음이 흘렀다. 왕 부장은 한국식 짜장면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장관은 “한국을 방문하시면 저와 같이 북한산에 등산도 하시고, 제일 맛있는 짜장면을 드시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양 장관이 양자회담을 하는 것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에 앞서 박 장관은 지난 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만났다.
왕 부장은 소인수 회담장에 먼저 도착해 한국 취재진에게 “안녕하십니까”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또 한국어로 “한식 좋아요”라는 말을 할 줄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재진에게는 또한 “중국에 와본 적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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