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민족 부각…세계주의자 압도…FT ‘2014년은 정치실력자들의 해’
“히틀러도 러시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덩샤오핑 이후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권력을 공고히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위안부 문제로 실추된 일본 명예 회복할 것”(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스라엘은 유대민족의 국가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14년은 국수주의 정치 실력자들의 해였다. 가깝게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덩샤오핑 이래 빠르게 권력을 장악한 실력자로 부각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극우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망언을 쏟아내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21세기 차르’(제정 러시아 시절 황제)로 불리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손에 넣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표면적으로나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제압했다.
이밖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터키판 푸틴ㆍ현대판 술탄(황제)’으로 통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도 올해 큰 영향력을 발휘한 정치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올해는 정치실력자들의 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들이 세계주의자(internationalist)라기보다 국가주의자ㆍ민족주의자(nationalist)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자연적인 질서를 위한 상호 협조보다는 경쟁을 더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엔 뻔뻔한 수정주의자(unabashedly revisionist)라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의 민족주의 성향은 4일 연례 의회 국정연설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러시아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며 국민들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시련에도 맞서 이길 준비가 돼 있다”며 “서방이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역설했다. 또 서방의 러시아 분열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기존 외교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70분 간 이어진 그의 발언은 수차례 박수를 이끌어냈고 많은 참석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FT는 대부분의 민족주의가 정치적으로 남용되고 있으며 서방이 국제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국가적 이익의 우선을 주장하면서 국내적 지지를 얻는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서 발호하고 있는 민족주의를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시 주석이 집권 이후 민족주의를 강화하면서 영유권 갈등으로 인접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권 현안이나 체제 반대자에 대한 탄압 이슈 등에서 위험이 상존한다”며 “민족주의를 활용하면서 인접 국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남중국해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을 거론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의 국수주의적이고 과거회귀적인 관점이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점점 더 고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가 국가권력과 민족주의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기부양정책으로, 모디 총리는 ‘모디노믹스’로 돌풍을 일으키며 중산층을 중심으로 국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키워 지지기반을 공고히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역이용하며 국민들의 불만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다만 지속되는 루블화 가치 하락과 유가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지속될 경우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는 내부의 불만을 민족주의로만 해소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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