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현장 둘러보니
규제 완화 조치 환영하면서도
계속되는 금리 인상에 발목
“즉각적 거래 활성화엔 역부족”
[헤럴드경제=김은희·이민경 기자] “3~4년 전부터 집을 묵혀둔 다주택자는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받고 팔려고 하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걸 받아줄 수요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지금 매수 문의 자체가 없거든요.” (인천 계양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정부가 지난 10일 서울과 경기 성남(분당·수정), 과천,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음에도 수도권 주요 지역 부동산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계속되는 금리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큰 상황인 만큼 즉각적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 이날 찾은 인천 지역 중개현장에선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등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다만 손익계산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거래 활성화의 단초가 마련됐다고 본 것이다.
일단 1주택자의 이동이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서구 청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규제가 풀리면 이사 갈 사람들이 좀 더 수월하게 움직이게 된다. 거래가 늘어나고 차츰 시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에게 매도기회가 왔다는 반응도 나왔다. 계양구 A공인 대표는 “2년 거주를 안 하고 보유만 해도 비과세 혜택이 되니 이번 기회에 팔려고 많이들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무주택자 역시 전월세 부담이 커지고 있어 늘어난 대출한도를 받아 자가 마련에 나설 수 있으니 이론적으로는 둘 사이에 거래 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을 거치지 않고 단숨에 규제가 해제된 광교, 동탄 등지에선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 보였다. 매수세 회복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있었다고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귀띔했다.
수원시 영통구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도가 급하지 않은 집주인을 중심으로 호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은 급매물이 꽤 남아 있어 소진될 때까지는 하향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치솟은 금리가 여전한 복병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대출이자 부담이 워낙 큰데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규제 해제만으로 쪼그라든 매수심리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봤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켜켜이 쌓인 매물도 소화되지 않고 있어 규제 해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지난 9월 규제지역에서 완전히 해제된 대구도 거래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진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하락기의 규제 해제는 오히려 추가 하락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규제를 풀어도 반등하기 어렵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하락세가 일부 둔화될 수는 있겠지만 최대 변수인 금리 인상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한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세종에선 규제 해제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기대감이 선반영됐지만 시장의 큰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세종시 도담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이미 예측됐던 사안”이라며 “급매물 위주로 문의는 간간이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다주택자 매물이 추가로 나올 수 있겠지만 수요가 그만큼 받쳐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연이은 규제지역 해제를 두고 차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불과 몇 개월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30대 차주는 “두 달 전 대출을 받았는데 LTV가 40% 밖에 안 나와서 여기저기서 누더기 대출을 받았다”면서 “소급적용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