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3번째 수능 현장

친구·부모님·연인 총출동 배웅

교문 앞 도시락 전달 포옹 응원도

“1시 30분부터 도시락 쌌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아이가 긴장을 많이 해서 ‘결과랑 무관하게 과정을 버텨낸 게 충분히 잘한 거’라고 말해줬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번째 대학능력수학시험이 치러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 동트기 전 아직 어두운 오전 6시께부터 도시락 가방을 들고 문 앞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딸이 추위를 탈까 패딩 등을 양손에 들고 온 50대 학부모 유선희 씨는 “학교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인데 학교 행사를 90%도 못 경험한 것 같다”면서 “수능이 끝나도 코로나19 재유행이라 마음껏 놀라고 하기도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허겁지겁 차에서 내려 아이의 머리를 매만지고 어깨를 토닥이며 볼을 맞대는 학부모의 모습이 보였다. 한 학부모는 주차 문제로 내릴 수 없어 차 문 너머로 아이 이름을 부르며 “떨지 말고! 화이팅!”을 외쳤다. 떠는 아이의 손을 잡고 시험장 정문 앞까지 데려다주거나, 시험장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 순간을 기억하려는 가족들도 있었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부모님과 가족, 친구 등이 나와 개별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일부 대학생들은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수능 화이팅’이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응원하기도 했다. 50대 학부모 양모씨는 “우리도 고3의 마음”이라며 “요즘은 과한 관심보다 적절한 무관심으로 조용한 응원을 하는 분위긴 거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필기구 등을 파는 상인들도 사라진 탓에 준비물을 다 챙기지 못한 수험생이 주변에 급히 도움을 구하는 일도 생겼다. 시계를 깜빡 잊고 고사장에 온 수험생을 위해 모르는 사이임에도 그 학생의 손을 잡고 뛰며 “시계 주실 수 있는 분 없나요”라며 다급히 외치는 학부모도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 한파’는 없었다. 오전 8시 서울의 기온은 영상 5.6도를 기록했다. 다만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해 목도리를 두르거나 담요를 들고 온 수험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졸업생 딸을 응원하러 온 50대 김모 씨는 “아들 수능 때는 안 왔는데 막내가 불안해 하는 것 같아서 같이 왔다”면서 “너무 춥지도 너무 따뜻하지도 않은 편안한 날씨처럼 원래 실력대로 치고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씩씩하게 교문으로 들어가는 여동생의 모습을 촬영하던 김모(24) 씨는 “느낌이 2번이 좋아서 모르는 게 나오면 찍으라는 조언도 했다”면서 “시험 끝나고 함께 놀 수 있도록 놀이공원이나 휴대폰 할인 같은 것도 많이 해 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시험 보는 여자친구를 위해 포옹과 함께 도시락을 전달하는 모습도 보였다. 새벽 5시부터 도시락을 준비했다는 20대 남성은 “여자친구가 치즈계란말이랑 소시지볶음을 먹고 싶다고 해서 손수 만들어왔다”면서 “예비장모님과 함께 응원왔다”고 말했다.

교문이 닫히기 20분 전, 오전 7시 50분을 넘어서자 부랴부랴 뛰어오는 학생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도 경찰의 도움을 받는 수험생이 나왔다. 7시 53분에는 서울 서부경찰서 순찰차를 타고 도착한 수험생이 정문으로 달려갔다. 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들 2명은 이날 전자호루라기와 빨간 교통지휘봉을 들고 학교 주변 차량을 통제했다.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갔지만 수십분 간 10여명의 학부모들은 정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묵주를 들고 기도하거나 멀리서 말없이 학교를 바라봤다.

40대 학부모 백선영 씨는 “100일 기도를 하며 전날에는 시험장 운동장에도 가 보며 아이의 시간을 함께 했다”면서 “이제 할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것뿐이라 문이 닫힐 때까지 바라보다 돌아간다”고 전했다. 백씨는 “아이들이 코로나19로 추억을 많이 만들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12년 마침표를 찍고 곧 사회에 나갈 아이들이 꿈에 잘 다가가길 바란다”고 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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