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예적금으로의 ‘역 머니무브’ 가속화에도
9월 이후, 정기적금 잔액 감소세 뚜렷해
이자 부담, 생활비 지출 증가 등 원인으로 꼽혀
실제 고금리·고물가에 가계 부담 증가
“가처분소득 감소에 따라 적금 수요도 줄어들 것”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간호사 A씨는 최근 매달 30만원을 납입하던 시중은행의 적금을 해약했다. 지난달 월세 계약을 갱신하며 주거비 지출이 월 10만원 가량 늘었고, 고물가에 생활비 지출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A씨는 “월세와 공과금 등 생활비 지출만 20만원은 더 늘어난 상황에서 줄일 수 있는 건 적금뿐이었다”고 말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금리에 정기 예·적금으로의 ‘역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은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는 반면, 정기적금 잔액은 하락세로 반전한 것. 이자만 최고 12%가 넘는 정기적금을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애기다. 이는 고물가에 고금리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가계에 여유자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금융소비자들이 매달 일정 소득을 할애해야 하는 적금에 부담을 느낀 결과”라며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예금은 늘었는데 적금만 줄었다…“이자 등 지출 부담이 커져서”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적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 39조원으로 전월(39조3000억원)에 비해 약 3000억원 감소했다. 이달 15일 기준 잔액 또한 38조8000억원으로 불과 2주 만에 약 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같은 날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원으로 9월(760조원)과 10월(808억원)을 거치며 거듭 불어났다. 고금리로 예·적금으로의 ‘역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지만, 유독 정기적금 수요 감소세만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일각에선 고금리로 시중예금 이자가 5% 넘게 오른 점을 들어 적금의 금리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특판 정기적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적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보면 마냥 금리 경쟁력 탓만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하나은행은 최근 최고 연 11%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적금을 출시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 연 최고 12% 금리의 적금 상품을 내놨다. 우대금리 적용 조건이 까다롭다는 비판도 있지만, 최고금리 적용이 어렵지 않은 일반 정기적금 상품들도 5~7%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정기 적금의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진 근본적인 이유로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지출 증가 등을 꼽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예금의 경우 자산시장 불황에 따른 투자처 이동으로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유자금이 필요한 적금의 경우 대출금리 상환 등의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이는 가계…“가처분소득이 줄었다”
실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지출 부담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산정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올해에만 두 배 이상 올라 지난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3.98%를 기록했다.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차주들의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나오며면서 가계대출금리가 내년 중에는 1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가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로 전년 동기보다 약 5.7% 상승했다. 특히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23.1% 올라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만큼 소득이 뒤따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의 지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반면, 가구당 소득은 3.0% 올라 지출 증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여유자금 감소에 따른 적금의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물가에 더해 은행 대출금리가 8% 육박할 정도로 오른 상황에서 가처분소득을 활용해야 하는 적금에 대한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금리인상 여파는 일정 기간을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적금 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못 믿을 AI기업…검증하고 평가받게 하라[머브 히콕]](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3.2391f1fe070840f39f8da5e471902ef7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