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수 이후 CPR 수강생 급증
기관마다 수백명씩…“이달 7배 늘어”
소방청에도 빗발치는 지자체 교육 문의
실습하지 않으면 모르는 CPR 지식들
1분 만에 손바닥 붓고 숨이 차
“구두 교육만으론 절대 못 했을 것”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제가 그날 이태원에 있었다면…솔직히 자신 없어요.”
직장인 이윤서(22)씨는 ‘이태원 참사’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신청했다. 이씨는 한때 간호학과에 다니며 응급교육을 이수했다. 그럼에도 당시 현장에 있었다면 CPR을 실시할 수 있었을 거란 확신은 들지 않았다.
수백명이 심정지 상태로 현장에서 사망해야 했던 안타까운 참사 이후, 응급교육 필요성을 절감해 CPR 교육을 찾는 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2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민간 안전교육기관을 방문하는 일반인 수강생이 급증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CPR 기초·심화 과정 등을 운영하는 ‘마인드앤매뉴얼’에는 이달에만 600여명이 방문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마인드앤매뉴얼 관계자는 “평일 수료생은 극히 드물었는데, 이번달엔 평일에도 하루 4타임까지 강좌를 열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일반인이 CPR 교육을 들을 수 있는 ‘라이프가드코리아’ 강좌 수료생 역시 지난달 41명에서 이달 284명으로 7배가량 늘었다.
소방청에도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응급교육을 시행해달라는 지자체나 학교가 많이 늘었고, 관련 카드뉴스를 제작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 마인드앤매뉴얼 교육장에도 평일 오후부터 서울 각지의 시민들이 CPR 교육을 듣기 위해 방문했다. 2시간 과정으로 진행된 이날 기초교육은 CPR 실습 위주로 진행됐다.
통상 일반인이 알고 있는 CPR 방법은 깍지를 끼고 환자의 가슴 부근을 수차례 압박해야 한다는 사실 정도다. 그러나 실제 CPR을 실시할 땐 이보다 훨씬 많은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CPR은 풀어말하면 ‘멈춘 심장을 대신해 환자의 전신에 피를 공급하는 작업’이다.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다면 우선 상의를 탈의시켜야 한다. 가슴 중앙인 흉골 아래쪽 절반 부분을 정확하게 압박해야 하는데, 옷을 입고 있다면 위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질병관리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물에 빠진 환자이거나 소아가 아니라면 인공호흡은 반드시 실시할 필요는 없다.
압박 깊이는 성인 기준 ‘5cm’다. 어깨와 바닥을 90로 만들어 온몸의 힘을 실어야 한다. 기자가 마네킹에 CPR을 1분간 100회쯤 실시했을 무렵 손바닥이 빨갛게 붓고, 숨이 찼을 정도다. 환자의 흉부가 당연하게 골절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를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실시해야 한다. 한진아(27)씨는 “10년 전에 받았던 구두 교육만으론 절대 현장에서 실시할 수 없었을 것 같다”며 “앞으로는 꼭 2년에 한번은 교육을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인근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할 수도 있다. 환자의 심장에 2000볼트의 전류를 통과시켜 심장이 활동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미리 숙지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쇼크 버튼을 누르십시오’라는 음성이 나오면 환자로부터 사람들이 즉시 떨어지도록 경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강의를 진행한 구급대원 정모(40)씨는 “경황이 없는 유가족이 환자를 붙잡을 수 있다”며 “단호하게 대하지 않으면 환자가 2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CPR 교육을 들은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이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최모(17)군은 “대규모 참사였던만큼 관련 지식이 없는 시민들은 더욱 당황했을 것”이라며 “응급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 수능을 치고 곧바로 교육을 신청했다”고 했다. 이씨 역시 “큰 참사 이후 무력감과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들게 된 교육이지만, CPR은 사실 가정에서 실시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하니 앞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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