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등 외국문화 접한 젊은층 증가 수입맥주 마니아층 형성 매출 급성장 크래프트비어·맥주선술집 스몰 비어 다양한 맛·향으로 소비자들 유혹
그간 맥주는 ‘치맥(치킨과 맥주)’이나 ‘소폭( ‘소주+맥주’폭탄주)’처럼 무엇이든 같이 있어야만 그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들러리’ 같은 존재였다. 아니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땀을 흘린 후 마시는 갈증 해소용이나 짧은 회식의 아쉬움을 달래는 ‘입가심’용이었다. 그만큼 맥주가 우리나라 ‘주류 문화’의 메인 스테이지를 차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맥주가 달라졌다. 맥주가 다양화ㆍ고급화되면서 ‘맥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됐다. 맥주와 ‘절친(가까운 친구)’이라던 땅콩이나 오징어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맥주의 맛과 풍미가 깊고 풍부해져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는 말이다.
맥주의 신분 상승은 지난 2002년부터 조금씩 이뤄졌다.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중소기업이나 맥주 매장에서도 맥주를 제조해 판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72%나 되던 주세도 하우스맥주의 경우 300㎘까지 32%, 중소 맥주 제조업체는 42%로 대폭 낮아졌다.
그렇다고 주세법 개정이 맥주시장에 거센 돌풍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맥주 제조업이 장치산업이다 보니 하우스맥주 매장이나 중소 맥주 제조업자들이 물량 공세를 펼치는 대기업 맥주회사들과 경쟁하기에는 사실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OB와 하이트로 양분된 기존의 맥주시장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미세한 균열을 큰 지각변동으로 확대시킨 사건은 바로 수입맥주의 등장이다. 어학연수 등을 통해 외국문화를 접해 본 젊은층이 급증하면서 수입맥주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됐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영미권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맥주 수입이 대폭 확대되고 가격 경쟁력 역시 좋아졌다. 수요와 공급이 사이좋게 늘어나면서 수입맥주 시장 저변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실제로 유통가에서 수입맥주가 일으키는 돌풍은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국산 맥주 매출은 매년 역성장을 하는 반면 수입맥주는 30% 이상 늘며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국산 맥주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 2011년 1.3%를 기록한 이후 2012년 -1.4%, 2013년 -9.8%, 2014년 -0.1% 등 매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수입맥주는 2012년(15.8%) 10%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곤 2013년 32.9%, 2014년 33.2% 등 매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맥주의 호성장 덕에 전체 맥주 시장도 커진다는 게 롯데마트 측 설명이다.
이영은 롯데마트 주류 MD(상품기획자)는 “수입맥주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맥주 맛에 대한 니즈가 크고 특히 유럽 맥주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유통가에서 수입맥주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면, 거래에서는 크래프트 맥주가 인기몰이 중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하는 수제 맥주로, 제조자가 누구냐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다. 젊음의 거리인 강남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이태원, 홍대 등지로 전문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며 애주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의 다소 비싼 가격과 인테리어가 부담스러운 젊은층은 ‘스몰 비어(Small Beer)’ 가게를 찾는다. 스몰 비어란 ‘작은 맥줏집’이라는 뜻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히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기존의 생맥주 매장(50~100평)과 달리 10~15평에서도 영업이 가능해 아늑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부담없이 갈 수 있는 맥주 전문 선술집인 셈이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봉구비어’나 ‘춘자비어’ ‘용구비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OB나 하이트 등 대기업으로부터 맥주를 가져와 우유거품이나 맥주 칵테일 등 자신만의 비법을 더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기득권을 쥐고 있던 대기업 맥주 회사들도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기존의 ‘밍밍한’ 맥주로는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고객들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으려고 세계 각 지역의 호프와 맥아를 들여와 다양한 맛의 맥주를 신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손수용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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