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서훈 실장 삭제 지시하지 않아”
“국정원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말아야”
‘피격사건 공개 파장 분석’ 의혹은 즉답 피해
사건 발생 후 첩보 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
고발 이후부터 ‘사실과 다르다’ 혐의 부인
전날 노영민 조사…대통령 보고 등 확인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오늘 저를 조사함으로써 개혁된 국정원을 그 이상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저는 국정원을 개혁하러 갔지, 삭제하러 가지 않았다.”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발생 당시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검찰에 출석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와 취재진에게 이같이 발언했다.
박 전 원장은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서훈 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 지시를 받지 않았고, 제가 원장으로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故) 이대준 씨 월북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분석관의 분석을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국정원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다만 국정원이 공무원 피격 사건을 공개했을 때 어떤 파장이 있는지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러한 것을 얘기하는 건 국정원법 위반”이라며 답을 피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7월 국정원이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지 5개월 만에 검찰에 나왔다. 그는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이후 국정원 내 관련 첩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도 이씨가 숨진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국정원에서 총 46건의 첩보보고서가 무단 삭제됐다는 감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원장은 고발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줄곧 고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씨에 대해 자진 월북으로 결론내고 이와 배치되는 첩보에 대한 삭제 지시가 있었다고 지목된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에 노 전 실장도 참석했다. 검찰은 서훈 전 실장이 주재한 당시 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사건 은폐와 왜곡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실장을 상대로 당시 관계장관회의 논의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계장관회의 이후 같은 날 오전 8시30분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이뤄진 대면보고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상황을 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대면보고는 사건 발생 이후 대통령에게 이뤄진 첫 대면보고였는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노 전 실장은 서 전 실장과 함께 문 전 대통령에게 이씨 피살 및 시신 소각 정황 등을 보고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보고를 받고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측에도 확인을 하도록 하라. 국민들게 사실 그대로 알려야 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실장에 이어 이날 박 전 원장을 조사하면서 서해 피격 사건 관련 전 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9일 서 전 실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씨에 대한 피격 사실 은폐와 허위 자료 배포 관련 혐의 부분만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박 전 원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결론나면 서 전 실장과 함께 일괄 기소하면서 수사를 일단락 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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