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사모펀드 업계의 동향과 M&A 트렌드를 개관할 수 있는 책이다. 사모펀드가 생소한 독자들에게 앞 부분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제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로 도약한 사모펀드를 개략적으로나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뒷 부분은 반도체, 디지털 대전환, MZ세대, 플랫폼, 수소에너지 등 업계 트렌드를 훑어볼 수 있는 개괄서 성격이 강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사모펀드 동향 부분을 집중 소개한다.
▶판이 깔렸다(저금리 호재)=국내 사모펀드는 2004년 태동했다. MBK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스틱인베스트먼트,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등이 1세대 사모펀드들이다. 이들의 고군분투 속에서도 사모펀드 약정액은 2009년 20조원에 불과했다.
국내외 사모펀드들에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회가 됐다. 위기 탈출을 위한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기조가 거대한 불쏘시개가 된 것. 특히 금융위기 이전까지 투자가 미미했던 국내 사모펀드들은 저금리라는 우호적 환경 속에서 비약적 성장을 했다. 2019년 약정액이 84조3000억원으로, 10년 만에 4배 넘게 불어났다. 코로나발(發) 유동성 확장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들의 약정액은 2020년 96조7000억원, 2021년 116조1000억원으로 뛰었다.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온시스템, 쌍용C&E, 솔루스첨단소재, 한샘, PI첨단소재 등 조 단위 바이아웃 거래가 봇물을 이뤘다. 이제 사모펀드는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가 됐다. 시장이 성숙되면서 사모펀드 간 거래인 세컨더리 거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국경을 넘은 크로스보더 세컨더리 딜까지 성사됐다. 테일러메이드(1조9000억원), 잡코리아(9000억원), 투썸플레이스(8000억원), PI첨단소재(1조3000억원), EMK(7700억원) 등이다.
거래 멀티플이 20~30배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다. 돈이 넘치니, 좀 과하더라도 비싸게 사들였다. 그래도 엑시트(투자회수)할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거래였다.
▶판이 바뀌었다(고금리 악재)=그런데 2022년 들어 시장의 흐름이 급격히 바뀐다. 주지하다시피 고금리의 역습이다. 돈 가뭄이 현실화하면서 사모펀드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투자 빙하기 조짐이 완연하다. 중소형 사모펀드들은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제 진정한 실력이 드러날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환경변화에 맞춰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바이아웃 펀드와 달리 중위험·중수익을 목표로 하는 ‘크레디트 펀드’가 활성화하고, 엑시트의 또다른 통로로 ‘컨티뉴에이션 펀드’(투자자산 만기도래시 같은 운용사가 신규 펀드를 조성해 운용기간을 연장하는 거래로, 쉽게 말해 운용사는 그대로이고 투자자만 바꾸는 딜)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해외처럼 국내 사모펀드의 IPO 가능성도 엿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MBK파트너스는 자사 지분 12.5%를 미국 자산운용사 다이얼캐피탈에 11억8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전체 몸값이 무려 95억달러(약 13조원)로 매겨진 셈이다. 대형 사모펀드가 IPO를 하는 흐름은 미국에서는 일종의 트렌드가 됐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거액의 자금을 다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사모펀드는 5~10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이른바 ‘먹튀’ 비난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경영효율화를 거친 후 제값을 찾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며,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 및 M&A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논설실장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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