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어려운 '장애견' 선택한 사람들

틱장애 앓던 베리, 한 달만에 '극복'하기도

“장애견에 관심 갖는 이들 늘어나”

틱장애를 가지고 이미진(49)씨에게 입양된 말티즈 ‘베리’ [이미진씨 제공]
틱장애를 가지고 이미진(49)씨에게 입양된 말티즈 ‘베리’ [이미진씨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틱장애로 걷지도 못하던 아이가, 구조 한 달만에 물장구를 치더라고요.”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미진(49)씨는 1년 사이 장애견 4마리를 입양했다. 시작은 지난해 8월, 틱장애를 앓던 4살(추정)짜리 말티즈 ‘베리’였다. 평소 꾸준히 유기견 구조활동을 해왔던 이씨는 틱장애로 몸 전체를 떨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베리의 당시 몸무게는 불과 2kg였다. 이씨는 “병원에서도 얼마 살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지막이라도 따뜻하게 보내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서 유기견 21마리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산 가운데, 일각에선 유기견 중에서도 입양 확률이 극히 적은 ‘장애견’을 나서서 입양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배경엔 반려동물을 ‘유행’처럼 여기는 문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시기에 인기를 끄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입양한 뒤, 나이가 들거나 지병이 생기면 유기하는 사례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얼마나 살까” 싶었지만…한 달 만에 장애 극복한 ‘베리’

베리는 입양 한 달만에 장애를 극복한 사례다. 벽에 기대지 않으면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변이라도 보면 온몸에 묻는 탓에 이씨는 매일 베리를 씻겨야 했다.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 이씨는 베리가 세숫대야 안에서 ‘물장구’를 치는 듯한 모습을 발견했다.

매일매일의 목욕이 베리에겐 자연스럽게 ‘수중 재활치료’가 된 셈이다. 이씨는 “처음엔 내가 착각을 하나 싶어 가족과 전문가까지 불러서 보여줬다”며 “점점 더 상황이 나아져 지금은 잘 뛰어다니고, 울타리를 월담하기까지 한다”고 했다.

베리의 ‘극복기’를 지켜본 경험은 이씨가 다리 장애를 앓고 있는 다른 유기견들도 연달아 입양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포메라니안 ‘캔디’, 지난 5월 푸들 ‘로미오’, 지난 8월 믹스견 ‘두기’가 차례로 이씨의 집에 들어왔다. 이씨는 “하나의 기적을 보니, 또 다른 아이들도 데려올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김태원(45)씨가 운영하는 전남 소재 게스트하우스 앞마당에서 살고 있는 시각장애견 차차. [김태원씨 제공]
김태원(45)씨가 운영하는 전남 소재 게스트하우스 앞마당에서 살고 있는 시각장애견 차차. [김태원씨 제공]

유기견 치료와 입양을 진행하는 ‘개와 인간의 생활’ 센터장을 맡고 있기도 한 이씨는 “‘말티푸들’ 같이 유행을 탄 품종들이, 수년이 지나 나이가 들거나 장애가 생기면 우수수 버려지곤 한다”며 “장애견은 아예 입양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장애견이라고 하면 관심을 더욱 갖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락사 위기에서 구조된 시각장애견 ‘차차’

전라남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태원(45)씨는 시각장애견 차우차우 ‘차차’를 키우고 있다. 차차는 김씨가 활동하고 있는 유기견 관련 봉사단체에서 구조돼 몇 차례 수술까지 거쳤지만, 끝내 시력을 상실했다. 김씨 역시 대형견인데다 장애까지 있는 차차가 쉽게 입양되긴 어렵겠단 생각에 먼저 나섰다.

현재 차차를 포함해 반려견 25마리를 마당에서 함께 키우고 있다는 김씨는 “다른 강아지들이 차차 등에 올라타서 놀기도 하는 등, 다른 강아지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손님들도 장애가 있다고 하면 깜짝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반려동물에게 장애가 생겼다고 해서 쉽게 유기한다면, 동물들은 고통 속에 살다가 길에서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며 “장애견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입양한다는 것은, 그만큼 일상에서 다른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신중하게 생각한다면 좋겠다”고 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