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이정환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달 31일 진행한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지만 증권가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증권가는 1일 인위적 감산에 선을 그은 삼성전자에 대해 “자연적 감산이 사실상의 감산”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적정 주가 7만원대와 투자의견 '매수'를 대부분 유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전날 “공정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지니어 런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며 “단기 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중을 확대하는 게 양산 런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라며 “의미 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못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사실상의 감산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4분기 중 낸드 재고평가손실이 수천억 원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상당히 과감한 수준의 감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당일 3%대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면서 “단기적으로 의미 있는 비트(생산)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자연적인 감산으로 탄력적인 생산 조절을 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어 “라인 운영 최적화와 유지 보수 강화는 장비를 일정 기간 멈춰야 해 가동률과 생산이 줄어들고, 엔지니어링 런과 설비투자의 연구·개발(R&D) 비중 증가는 양산라인 대신 R&D 라인의 생산능력이 늘어나 그만큼 생산이 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투자 규모가 지난해 32조∼33조원에서 올해 30조원(이전 예상 35조원)으로 줄어들고, 설비투자는 지난해 17조원에서 올해 14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히려 인위적으로 양산을 개발로 돌려 생산을 줄였다”고 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다소 모호한 톤이었지만 감산 계획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며 “경쟁사들의 감산 실행에 더해 삼성전자의 감산 계획이 더해짐에 따라 극심한 반도체 불황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생산설비 재배치, 라인 유지보수 강화 등 실질적 감산이 가동률 조정, 웨이퍼 투입량 감소 등 인위적 감산보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되며 6∼7월께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는 결국 전년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D램 공급량은 9% 감소하고 이는 곧 글로벌 D램 공급의 4%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