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혐의 적용, 벌금만 수백만원 “이를 어쩌나”
kg에 60원, 한달 꼬박 일해도 20만원도 안돼
사회안전망 흔들 대한민국 노년 ‘씁쓸한 현실’
수요조사, 취약계층 일자리 등 대책마련 시급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2000원 남짓의 폐지. 이걸 놓고 70대 노인들이 피튀기는 싸움을 벌였다. 거친 욕설과 빈병이 든 자루까지 싸움판에 등장했고 바닥에는 붉은 핏방울이 번졌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길을 걷던 젊은 사람 여럿이 싸움을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서야 간신히 진정됐다.
출근길 믿기 어려운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노인들이 서로를 죽일 듯 주먹을 휘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째 고생해서 모아둔 폐지를 훔쳐갔다”
30kg 정도의 폐지와 공병 몇 개가 싸움의 발단이 됐다. 돈으로 환산하면 2000원인데 화를 다스리지 못했다.
8일 이 일대 고물수집상 등에 따르면 폐지값은 1㎏ 당 60원이다. 150원 정도 하던 1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넘게 떨어졌다. 문제는 폐지값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폐지수집 노인들이 하루 종일 수집하는 재활용품은 보통 50㎏ 수준이다. 이 경우 7000원 가량 벌 수 있다. 한달 꼬박 일해야 20만원을 간신히 쥘 수 있는데 시급으로 따지면 900원 정도. 대부분 손수레와 리어커를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자전거와 오토바이까지 등장했다.
‘차가운 골목길, 단돈 1000원’ 생존경쟁을 펼치는 ‘폐지리그’가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나 데이터는 미흡하다. 대략 10만여명으로 추산되는데 노년의 불안정한 삶을 보여주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노후준비 부족으로 많은 국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과거처럼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도 끝났다. 중병이라도 걸리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도 폐지시장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말이 현실처럼 다가온다. 폐지줍는노인에 대한 수요조사와 최저단가 보장, 노인일자리 등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헤럴드경제가 최초 보도한 이 기사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MBC, SBS 등 주요방송사에서 심층보도를 이어가면서 폐지줍는 노인의 씁쓸한 현실을 조망했다.
현재 이 사건은 쌍방폭행으로 경찰이 수사중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백만원의 벌금형도 우려된다. 이는 6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폐지를 모아도 낼 수 없는 금액이다.
대한민국은 죄형법정주의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폐지줍는노인 등 소외계층의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기소유예 등 온정 있는 법 적용을 주문하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거라 믿는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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