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통령 아닌 공직자는 경미한 법 위반도 파면 가능”

정책결정상 잘못 등 직책 수행 성실성 여부는 사유 안돼

파면결정 하려면 재판관 6명 찬성해야…3,4월 2명 퇴임

탄핵심판 ‘검사 역할’ 소추위원은 국민의힘 김도읍 위원 맡아

[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 제공]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헌법재판소가 파면결정을 한 사례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이 유일하다. 다만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과 임명직인 장관에 대해서는 파면 인용 기준이 다르다는 헌재 결정례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9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선애 헌법재판관은 다음달 29일 임기만료로 퇴임한다. 이석태 재판관은 임기가 남았지만, 정년이 차서 4월 물러날 예정이다. 헌법상 탄핵심판에서 파면결정이 나오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헌재, “대통령 아닌 공직자는 경미한 법 위반도 파면 가능” 선례 변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선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선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어야 하고,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 탄핵 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겼다.

다만 직접 선출한 대통령과 임명직 국무위원인 장관은 민주적 정당성에서 질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기준이 적용되진 않는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 사건에서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의 경우에는 파면결정으로 인한 효과가 일반적으로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위반행위에 의해서도 파면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 대통령의 경우에는 파면결정의 효과가 지대하기 때문에 파면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압도할 수 있는 중대한 법위반이 존재해야 한다”는 결정을 남겼다. 반대로 해석하면 장관급 공직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 위반 행위로도 파면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장관에 대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의 ‘세월호 7시간’ 책임을 물었던 사례와 비슷하다. 이 사건에서 소취위원 측은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연락이 두절되고 대통령 집무실을 비워 국민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파면사유로 인정되진 않았다. 김이수, 이진성 두 헌법재판관이 “대통령이 성실의무를 져버렸다”는 보충의견을 내는 데 그쳤다. 반면 이상민 장관 탄핵안을 가결한 더불어민주당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재판관 2명 퇴임,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이 소추위원 맡는 점도 변수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이상섭 기자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이상섭 기자

이선애, 이석태 재판관이 곧 퇴임하는 상황에서 헌재가 재판관 공석 상태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첨예한 대립구도가 굳어진 사건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당시 박한철 소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상태에서 이정미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아 8명만으로 파면결정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석태 재판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대법원장 지명 헌법재판관은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국회 본회의 표결 없이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 탄핵심판은 공개변론 방식으로 열린다

탄핵심판에서 검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소추위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맡는다. 현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소추위원을 맡은 권성동 의원이 이른바 ‘비박계’였고, 새누리당 내부가 분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이 장관 파면에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탄핵심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