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미래 투자에 흔들림이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각 사업부를 총동원해 반도체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섰다. 최근 주요 사업부로부터 여유 현금 자산을 전부 끌어모았다.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투자 유지 기조를 선언한 만큼, 공격적인 투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전체 주요 사업부로부터 현금 자산을 최대한 확보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무선)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등 주요 사업부로부터 각각 수조원대의 현금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도 각 사업부는 주기적으로 전사 조직에 일부 현금 자산을 융통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유한 여유 현금을 최대한 전부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 사업부를 통해 캐시카우로 꼽히는 해외법인들의 현금 자산을 일부 끌어오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 자산은 약 115조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미국, 유럽, 중국 등에 있는 해외법인이 갖고 있고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자산 등은 4조원이 채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현금 확보에 나선 건 불황의 늪에 빠진 반도체(DS)부문에 투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둔화로 그간 실적을 이끌던 DS부문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투자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무감산’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올해도 약 50조원대의 반도체 투자를 확정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악화로 경쟁사들이 주춤한 사이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웨이퍼 레벨 패키지(WLP)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삼성전자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보고 경영진에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했다. 자회사로부터 대규모 차입금을 빌린 건 이례적이다. 자회사 뿐 아니라 각 사업부, 해외법인 등을 총동원할만큼 반도체 투자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