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이 태블릿·노트북 PC에 들어가는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4조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하기로 하면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최소 2년 가량 벌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의 초격차 기술 기반 OLED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다시 액정표시장치(LCD) 중심의 중국을 제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1000억원을 들여 신규로 구축하는 세계 최초 8.6세대(2290㎜ x 2620㎜원장) IT용 OLED 패널 양산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된다. IT용 패널이란 노트북과 태블릿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를 가리킨다. 해당 세대 패널은 2026년~2027년께 애플 노트북인 ‘맥북’의 첫 OLED 패널로 탑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의 신설 라인 역시 맥북용 OLED 패널 생산에 집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생산을 종료한 바 있다. LCD를 생산하던 공간인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 내 L8-2 라인에 이번 IT용 OLED 제조설비가 들어서게 된다. 장비 입고는 2024년 1~ 2분기, 라인 세팅은 2024년 하반기에 진행되고, 제조 시스템 관련 신뢰성 평가 등을 거친 뒤 본격적인 양산이 2026년께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를 통해 중국의 최선두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의 8세대 IT용 OLED 양산 예상 시점이 최소 2년 가량은 뒤처질 것으로 관측한다.
BOE 역시 중국 쓰촨성 청두에 위치한 B16 공장에 신규 8세대 라인 증설을 검토 중에 있다. BOE는 해당 세대 패널 생산을 위한 장비 발주를 요청한 상태인데, 삼성에 뒤이어 8세대 IT용 OLED 생산이 기대되는 LG디스플레이에 해당 장비가 전해진 뒤에야 발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생산을 위한 증착기 장비 반입 등 시점을 고려하면, BOE가 2028년에야 해당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경우 중국 기업들로선 IT용 OLED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아직 BOE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어 정확히 알 순 없지만, 2~3년 가량은 한국이 관련 기술에서 중국에 앞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향후 애플의 노트북 시장을 국내 기업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가 삼성의 초격차 디스플레이 기술 승부수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BOE, CSOT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중소형 OLED 패널 원장을 6세대(1500㎜x1850㎜ 원장) 크기로 만들어왔다. 중소형 OLED가 주로 장착되는 스마트폰의 크기가 7인치 내외로 소형이었기 때문에 해당 크기의 원장이 적합한 것으로 설명됐다.
그러나 스마트폰보다 큰 태블릿이나 노트북에 대한 OLED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최근 예상되면서 원장 크기 확대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애플은 내년부터 아이패드에 10~12인치 크기 OLED 패널을 장착해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에는 맥북에도 14~16인치 크기 OLED 패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 장에서 만들 수 있는 생산 수량을 넓히기 위해 패널 크기를 6세대가 아닌 8세대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기판 원장에서 완제품으로 환원되는 비율을 뜻하는 ‘면취율’이 8세대에선 90% 수준이다. 6세대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패널을 생산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의 디스플레이에 대한 초격차 투자는 이번만이 아니다. 삼성은 과거에도 과감한 투자로 승기를 잡았다. 40인치 대형 LCD TV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2003년 8월에는 샤프 등 경쟁사와 달리 6세대를 건너뛰고 바로 7세대 LCD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에도 관련 투자를 위해 4조원 가량을 집행했다. 그 결과 고전하던 TV용 LCD 시장에서 샤프를 제치며 1위를 차지했다.
2005년에는 4700억원을 투자해 1만3800평 규모의 OLED 전용라인, A1(4.5세대) 라인을 만들었다. 이후 2007년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며 세계 최초로 OLED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10조원이 넘은 투자로 6세대 플렉서블 OLED 라인(A3)을 구축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주류를 LCD가 아닌 OLED 바꿔놨다.
업계에선 이번 OLED 투자를 바탕으로, LCD를 중심으로 성장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위 중국을 따돌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IT기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비중이 지난해 3.9%에서 2027년 23.6%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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