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조합원이 낸 ‘총회결의 무효확인’ 원고 승소
1심 판결과 엇갈려
대법원 확정 땐 사업 장기화 우려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의 시공사로 선정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롯데건설이 법원 판결로 시공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정비업계와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는 전날 신모 씨 등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원들이 조합과 롯데건설 등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확인’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에서 고등법원의 결과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은 시공사를 다시 뽑아야 한다. 이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단지라 자칫 시공권 교체에 따른 사업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성크로바 재건축조합은 2017년 10월 11일 총회를 거쳐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롯데건설은 시공사 선정 전 직원들을 이용해 미성·크로바 조합원 일부에게 현금이나 여행상품 등 총 5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건설로부터 뇌물을 받은 일부 조합원은 지난해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신씨 등은 롯데건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공정 투표를 방해하는 금품향응 수수를 광범위하게 진행해 조합에 신고했으나 조합이 이를 방관했으므로 시공사 선정 건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패소한)1심 판결을 취소한다”면서 “재건축조합이 임시총회에서 한 시공사 선정의 건에 관한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롯데건설과 직원들은 일부 조합원에게 숙박 등의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고, 이러한 롯데건설의 부정한 행위는 시공사 선정에 관한 조합의 (시공사 선정) 결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강행 규정인 구도시정비법 11조1항 본문을 위반해 이뤄진 무효의 결의로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미성·크로바 재건축사업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17-67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5층, 13개동, 총 1888가구가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