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품으론 네 번째 쾌거

인터내셔널 쇼트리스트 포함

'고래'로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천명관 작가. [연합]
'고래'로 영국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천명관 작가.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천명관(59) 작가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 작품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천 작가가 네 번째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천명관의 소설 '고래'(2004)를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쇼트리스트) 6편 중 하나로 발표했다. '고래'를 영어로 옮긴 김지영 번역가도 함께 명단에 올랐다.

위원회는 ‘고래’에 대해 “캐릭터는 비현실적이지만 있을법한 이야기”라며 “착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고래'는 설화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금복, 춘희, 노파 등 세 여성의 거친 삶을 통해 인간의 파괴적인 욕망을 스케일 있게 그린 작품이다. 살인, 방화, 폭력, 성폭행 등의 범죄가 난무하는 인물들의 폭풍 같은 서사가 민담, 전설, 동화, 초현실적 요소에 혼재돼 전개된다. 질펀한 해학과 풍자까지 더해져 낯설면서도 흡입력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부커상 심사위원회 역시 '고래'에 대해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이라며 유머와 무질서로 전통적 스타일을 전복하는 문학 양식인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 동화라고 칭했다. 이어 "한국의 풍경과 역사를 관통하는 피카레스크(picaresque·악인이 주인공인 소설)식 탐구"라며 "생생한 인물들은 어리석지만 현명하고, 끔찍하지만 사랑스럽다"고 평했다.

출간 당시에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번 후보 지명으로 19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천 작가는 영화 '총잡이'(1995), '북경반점'(1999), '이웃집 남자'(2009) 등 각본을 쓰며 영화인으로 살다가 단편 소설 '프랭크와 나'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며 문단에 발을 들였다. '고래'를 비롯해 '유쾌한 하녀 마리사'(2007), '고령화 가족'(2010), '나의 삼촌 브루스 리'(2012),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2016) 등을 집필했고 지난해엔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했다.

'고래'의 번역으로 작품에 참여한 김지영 번역가는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로 맨아시아 문학상을 받았으며 김애란, 정유정, 김영하 등의 작품을 번역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 작품은 천 작가의 '고래'가 네 번째다. 지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강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이후 2018년 그의 다른 소설 '흰', 지난해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 등이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2019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과 지난해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1차 후보에 드는 데 그쳤다.

올해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부문에는 천 작가의 작품 뿐 아니라 프랑스 작가 마리즈 콩데의 '더 가스펠 어코딩 투 더 뉴 월드'(The Gospel According to the New World), 코트디부아르 작가 가우즈의 '스탠딩 헤비'(Standing Heavy), 불가리아의 작가이자 시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 등 6편이 뽑혔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지난 2019년까지 맨부커상으로 불렸다. 지난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작가는 물론 작품 완성에 함께 기여한 번역가까지 상금(5만 파운드)을 균등하게 지급한다.

우선 1차 후보인 롱리스트 13편을 발표한 뒤 최종 후보인 쇼트리스트 6편을 선정한다. 올해 수상작은 내달 23일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