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해석해 정쟁하려는 검은 속내”…태영호 “대량학살에도 팔짱끼고 있으란 말인가”

尹 대통령, 민간 대규모 공격·대량 학살·전쟁법 위반 등 3가지 우크라 지원 세가지 조건

김병주 ‘이미 3가지 요건 충족’… 말대로라면 이미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

박홍근 ‘지원 발언 철회’·이정미 ‘아마추어 외교 언제까지 반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국민의힘은 20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 발언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을 가정해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야권 공세에 방어막을 치는 모습이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고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이를 확대 해석해 정쟁에 이용하려 드는 민주당의 검은 속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로지 불안을 조장해 국민 분열을 획책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무조건적 살상 무기 지원이 아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의 사안’이 발생하면 현재 상태에서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점을 밝힌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의 사안'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거기엔 세계 각국이 가장 우려하는 위험한 경우인 핵무기에 의한 대량 학살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태 최고위원은 “민주당 입장은 그 어떤 곳에서도 ‘인류사회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 일어나도 대한민국은 팔짱 끼고 가만있어야 한다’는 말이냐”고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B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발언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같이 국제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며 “그랬을 때 우리는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야당이 외교적 문제에 있서 비판을 넘어선 비난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주권 국가로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충분한 발언”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적대국’이 될 것이란 반응을 낸 것에 대해선 “이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듣다 보면 결과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옹색해질 수밖에 없는 건 러시아의 대응”이라고도 했다.

장예찬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주 원칙적인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든 절대로 민간인 대량 학살은 용납할 수 없지 않느냐,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이에 반해 야당에선 윤 대통령이 내건 세가지 조건은 이미 충족돼 사실상 현재에도 무기를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반응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건 세 가지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에서 발생이 다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얘기한 것이 민간에 대한 대규모 공격, 이미 이루어졌다. 두 번째로 얘기한 것이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다. 대량 학살은 자행된 걸로 계속 뉴스에 나오고 있다. 세 번째,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항인데 러시아군이 전쟁법을 많이 위반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 조건으로 한다면 지금 당장도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전제 조건이 이미 다 수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ㅏ.

김 의원은 “밀실에서는 이미 한미 간에 이런 협의가 됐을 걸로 저는 추정합니다. 왜냐하면 미국과 나토, 폴란드를 포함한 나토들은 끊임없이 우크라이나에 우리의 살상무기 지원을 요구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 가장 부족한 게 포탄이 문제다. 포탄의 재고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우리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민주당 등 야당 지도부들도 일제히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심지어 국회의 동의도 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발언 철회를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 헌법은 안전보장 및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 국군의 외국 파견 등은 국회 비준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익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군사적 지원이 시작되면 당장 우리 기업부터 직격탄을 맞게 된다.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전에 공식화했어야 할 것은 군사지원 가능성 시사가 아니라 ‘분명한 불가 원칙 고수’여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큰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외교가 위험하다.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같은 날 당 상무집행위원회에서 “강력한 유감”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윤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무력 분쟁 중인 한쪽 당사국에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외교의 기본 원칙, 대한민국 역대 정부의 기본 입장과 완전히 상충된다“며 “군사지원은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방미를 앞두고 우리의 외교, 안보 정책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흔들어 놓았다”며 “아마추어 외교를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나. 윤 대통령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추종하는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비판했다.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