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푸시킨(1799.6~1837.1)은 러시아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러시아 근대문학의 창시자로 ‘러시아의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는다. 그에 대해 세간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맨 처음 열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한국에서 그의 시는 매우 인기가 있는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대표적이다. 군대에서 퇴역한 후 문필활동을 하던 아버지의 개인 서재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고전문학들을 접하며 책을 많이 읽었다. 삼촌도 시인이었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 귀족 자제 교육기관인 리체이에서 교육받으며 130편의 시를 지었고 15세 때 처음으로 시집을 냈다.
밤이 내린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았던 누군가의 높은 주식 수익률, 좋은 인테리어와 음식이 아른거린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고 하던데. 누군가는 부러운 대상을 만나면 그 안에 동경의 욕구가 숨어 있다며 부러움을 솔직히 인정하라고 하던데.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러시아의 작가이자 시인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쓴 시를 읊조리며 하루를 위로해 본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그는 말했다. 침대 옆 작은 책꽂이에 그의 단편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눈에 들어온다. 지나가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자고 생각하며 푸시킨이 말하고자 한 의미를 회고하고 그와 대화하는 상상을 해본다.
“안녕하세요. 푸시킨 선생님.”
“네. 한국의 어여쁜 숙녀님. 한국 여성들은 패션 센스가 대단해요. 머리치장이 멋있네요.”
“아이유란 한국 가수 아시죠. 얼마 전 드라마에 나왔는데 헤어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염색은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대신 곱창밴드한 거 예뻐서 그거라도 하자고 하나 질렀어요.”
“아하, 모방 경제네요. 한국 사람은 유행에 매우 민감한 것 같아요. 유명인을 따라 하는 밴드왜건 효과나 군중심리가 대단하죠. 다른 사람이 소비하는 상품을 따라서 소비하는 걸 꼭 비하하는 것은 아니에요.”
밴드왜건 효과는 네트워크 효과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제품을 소비하는 고객이 늘수록 그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얻게 되는 만족감이나 효용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 동질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판매자나 개발자도 많아지고 네트워크 참여자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네트워크에 호황이 발생한다. 인스타그램의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들이 친구관계를 더 많이 맺으면 맺을수록 인스타그램의 가치는 높아지고 밴드왜건 효과도 늘어난다. 살리에르가 숙녀의 정곡을 찌른다.
“이번에 초전도체 주식은 따라 사지 않았나요. 해당 논문이 사실이라도 소재나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건데요.”
“저번에 포스코 관련 주식이 엄청 올라 포스코란 글자가 들어간 주식을 몽땅 샀어요. 다음 날이 단기 고점이더라고요. 손절하고 나왔어요. 요즘 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초전도체는 그 교훈으로 사지 않았어요.”
푸시킨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에서 인간의 마음을 세심히 들여다보았다. 책은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해 독살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살리에르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뛰어난 음악가였다. 모차르트 이후의 유명하고 위대한 음악가들, 예를 들면 베토벤의 스승이기도 했다. 이렇게 뛰어난 그였지만 그 역시도 하늘이 내린 천재, 모차르트 앞에선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정말 노력파였던 살리에르는 오랜 시간을 열심히 고뇌하고 머리를 써서 만들어낸 훌륭한 곡보다, 모차르트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영감을 받아 겨우 몇 분 만에 지어낸 곡이 훨씬 더 훌륭한 것을 보고 비통한 심정을 느꼈다. 여성이 묻는다.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진짜 독살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도가 좀 지나친 것 아닌가요? 물증도 없는데.”
“창작의 자유는 허용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모차르트가 살아있다면 푸시킨 선생님을 고소할 수도 있어요. 허위사실 유포죄로 말이죠.”
푸시킨은 웃으며 ‘질투의 경제학’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질투가 모방을 낳죠. 한국은 선진국 모범국가를 따라 하면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어요. 지금은 한국도 선진국이 되었고 다른 나라처럼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지만 말이죠.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너무 치중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인재가 중요해요. 어쩌면 따라 하기를 하다가 성장의 주 엔진이었던 인적자본 축적이 정체된 것 같아요. 성장이 물적 자본에만 주로 의존하면 창조와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지죠.”
“따라 해서 잘하는 것도 기술이에요. 선생님.”
“그렇지만 한국 기업들이 원천기술에서 선진국에 예속돼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해요. 불필요한 로열티까지 지급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주가에도 부정적이거든요.”
여성은 약간 얼굴을 붉히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왜 희곡의 모티브를 2등과 1등으로 잡았나요.”
푸시킨은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을 생각하며 인간이 가진 질투와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따라 하기 마케팅이 유행하죠. 인간이 타인과 어울려 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그 부분을 뭐라고 할 수는 없어요. 내가 만나는 누군가에게서 부럽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일 수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그게 지나치다 보면 열등감으로 비하할 수 있죠.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부터 경제도 사회도 새 출발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추격 경제가 아니라 선도경제에요. 한국인은 우수한 DNA가 흐르잖아요.”
숙녀는 그 순간 희곡 속 살리에르를 생각한다. 그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모차르트를 보면서 동경, 감탄, 놀라움과 열등감으로 신을 원망했다. 1등이 되고 싶은 욕망을 생각하며 그는 행복하지 않은 나날을 보낸다. 그를 진정 힘들게 한 건 모차르트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
신을 책망하며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 질투하는 살리에르의 열등감은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할 수 있는 일반적 이야기다. 이는 ‘살리에르 증후군’으로 표현된다. 중요한 건 스스로 그런 증후군을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다. 이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도 삶도 달라질 수 있다. 세상에는 살리에르 같은 인물이 모차르트보다 많다.
“희곡을 보고, 질투는 나의 힘이란 영화 제목을 생각해 봤어요. 한국 경제에 질투는 그간 나의 힘이었는데, 이제는 창조는 나의 힘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희곡의 요지를 한 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푸시킨은 고뇌하는 모습을 보인 후 말한다.
“만약에 이 세상에 모차르트 같은 인물로 넘쳐흐른다면 세상이 미처 돌아갈지도 몰라요. 모두가 최고가 되려는 것보다는 개성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게 더 아름답지 않나요.”
숙녀는 그의 말을 듣고 최근 자신의 고민과 좌절의 근원이 타자 때문인지 스스로 때문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최고’는 오직 하나지만 ‘특유한 개성’은 여럿일 수 있다. 살리에르는 죽을 만큼 노력해도 천재인 모차르트를 이길 수 없었다. 그냥 ‘모차르트는 천재니까, 잘난 인간이니까’라고 쿨하게 인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학교 다닐 때 보면 죽어라 하고 노력하는데도 성적이 안 오를 수 있다. 나보다 공부는 훨씬 적게 하는데 성적이 뛰어난 친구들도 있다. 이 세상 기업들이 다 나름의 개성을 살린 제품을 만든다면 부를 일구는 또 다른 길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살리에르가 고인이 된 이어령 선생님을 존경한다며 그의 말을 들려준다.
“요즘 젊은 청년들이 금수저, 흙수저 하는데 그건 젊은 사람들이 할 소리가 아니에요. 제가 재벌 총수를 부러워할 것 같아요? 전혀 안 부럽죠.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권력과 돈을 추구하지 않으면 그 방면에서 성공하는 사람을 금수저라고 보겠어요? 이 세상엔 금수저도, 흙수저도 없어요. 배우는 얼굴이 잘생긴 게 금수저요. 양궁선수는 부모한테 타고난 활 쏘는 능력이 금수저입니다. 직업도 죽지 못해 일하는 사람에겐 흙수저지만, 정말 좋아하고 취미와 가치가 일치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겐 금수저가 되는 것입니다.”
이어령 선생의 말은 경제적인 잣대만으로 금수저와 흙수저를 재단하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평등해지고 자유로워져도 완벽하게 평등한 사회는 못 만든다고 말했다. 풀 하나를 보더라도 큰 풀, 작은 풀이 있듯이 말이다. 푸시킨이 말한다.
“이어령 선생님 말처럼 지금 한국에 제일 필요한 것은 다양한 가치예요.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뛰면 1등이 한 명뿐이지만, 360도로 뛰면 360명이 1등을 할 수 있다는 그분의 말과 내 책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의미는 같아요.”
경제와 정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사람들은 이를 ‘분배의 정의’라는 명분으로 말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부자를 옥죄는 것은 정의와 반할 수도 있다.
여기서 ‘정의’는 ‘질투’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본의 경제학자 다케우치 야스오(세이케이 대학) 교수는 지적했다. 나보다는 부자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추잡한 욕심인 질투가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질투의 경제학에서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정책이 대중의 표심만 중시하며 원칙에 있어 착오를 일으키면 그것은 나쁜 질투의 경제학이다. 뭐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우리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추구해야 할 사명이 있다. 좋은 질투인 동경이 위대해 보이고 모방이 초라해 보이는 이유는 각각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와 부정적인 네트워크 효과와 닮아 보여서다. 동경을 넘어 창조로 나가야 경제가 전진한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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