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클·삼단봉 등 온라인서 손쉽게 구매

해외선 무기 규정...살상력 재평가 목소리

호신용품인 너클이나 전기충격기, 삼단봉 등이 무기로 악용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불안감을 넘어 무력감을 느끼는 시민이 많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이를 규제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누구나 손쉽게 구매 가능한 호신용품이 범죄도구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색 몇 번으로 구매 가능한 호신용품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전무하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3만볼트 이상의 전기충격기나 총포, 도검, 분사기, 석궁 등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클이나 삼단봉, 호신용 스프레이 등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호주, 캐나다, 영국 등은 금속 너클을 무기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50개주 중 너클 소지 자체가 불법인 주만 22곳에 달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너클로 안면을 가격하면 안와골절뿐 아니라 실명까지도 갈 수 있고, 머리를 가격하면 뇌출혈까지 올 수 있다”며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에 해외에선 불법 무기로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호신용품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너클, 삼단봉, 호신용 스프레이 등 호신용으로 나왔지만 목적을 다르게 사용하면 범행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다”며 “구매자등록제 등을 통해 구매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높여 범죄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줄이고, 호신용으로 사용되는 제품에 대한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호신용품이 방어수단이 아닌 위해수단으로 변질된 사례는 많다.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뒷산 등산로에서 최윤종(30·구속)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너클을 양손에 끼고 여성을 폭행·강간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21년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는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로 주머니에 소지하던 최루액 스프레이를 꺼내 들어 상대방 얼굴에 3회 이상 분사하고 스테인레스 재질의 너클로 피해자의 손목을 가격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포감을 넘어 무력감을 느끼는 이도 많다. 5만원 상당의 호신용 스프레이를 구매한 조모(26) 씨는 “스프레이를 갖고 있긴 하지만 ‘가해자도 똑같이 호신용품을 가지고 있으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엔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다”며 호신용품의 무력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너클 등 공격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측정을 통해 위험성이 입증되면 허가제나 등록제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금속 재질이나 뾰족한 칼이 달린 너클 등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만큼 변화한 환경에 따라 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호신용품 등을 소지하지 않아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치안의 근본적인 목표”라며 “너클을 무기에 포함하는 방안과 함께 무기 소지를 적발할 수 있도록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대부분의 호신용품이 목적을 달리해서 사용하면 위협적인 무기로 변할 수 있어 모든 호신용품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시민이 피해를 막기 위해 지니는 호신용품까지 규제한다면 자신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겠냐”면서 “호신용품을 범죄도구로 사용한 피의자들을 가중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모든 호신용품을 규제할 순 없다”고 했다. 박지영·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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