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미국 의회가 29일(현지시간)에도 예산안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업무를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하원 공화당을 이끄는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주도한 임시예산안은 이날 하원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찬성 198표 대 반대 232표로 부결됐다.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공화당 자력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 21명이 반대표를 던져 매카시 의장의 발목을 잡았다.
매카시 의장은 강경파를 설득하기 위해 국방, 보훈, 국토 안보, 재난 구호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한 정부 지출을 약 30% 삭감하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강경파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에 반대했다.
하원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예산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올해 5월 합의한 지출 총액보다 정부 예산을 더 줄여 각종 복지 프로그램을 삭감했다는 이유 등에서다.
부결된 임시예산안은 의회가 전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10월 한 달 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담았다. 하지만 이 같은 막판 시도마저 실패하면서 정부 셧다운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AP통신 등은 평가했다.
자당 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메카시 의장의 리더십도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파는 20여명에 불과하지만, 의장 불신임 투표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이들은 매카시 의장이 하원 민주당과 초당적 예산안을 마련하는 길조차 차단하고 있다.
앞서 상원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11월 17일까지 필요한 정부 예산을 확보하는 임시예산안에 초당적으로 합의했으며 이번 주말 처리를 시도할 방침이다.
이 안은 하원 공화당 안과 달리 지출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용 예산 60억달러와 재난 구호용 60억달러를 포함했다.
하지만 매카시 의장이 상원안이 하원으로 넘어와도 상정하지 않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양원 통과가 어려워졌다.
10월 1일 0시 이후 셧다운이 시작되면 필수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무급으로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다만 현역 군인 130만명은 무급으로 복무하게 되며, 재외공관 등 국가 안보 관련 기관도 계속 운영한다.
항공 운항에 필요한 관제사와 공항 보안 검색 직원 등도 무급으로 일하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립공원은 2018년 셧다운 때 각종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관람객 방문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문을 닫기로 했다.
시장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운영이 멈추면 주요 경제 지표의 발표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어서다. 이는 곧 노동 시장이나 인플레이션 지표 등을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만약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한 달 이상 지속한다면,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깜깜이 상태가 될 것”이라며 “9월 회의 이후 경제 활동이나 물가에 대해 거의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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