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시작한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수출 및 투자 제한 검토로, 유럽의 대중 전략 핵심인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반도체와 AI, 양자기술, 생명공학 등 4개 첨단기술에 대한 경제안보 위험성 평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술이 ‘우려국가’에 의해 군사적으로 이용되거나 인권 유린 등에 악용될 가능성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EU는 27개 회원국과 함께 연말까지 위험성 평가를 마친 후 내년에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대응 방안으로는 ▷해당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우려국가 첨단기술 투자 제한 ▷위험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EU 지원 확대 ▷공급망 자립을 위한 파트너국들과의 제휴 강화 등이 거론된다. 내년에는 이 영역 외에도 디지털기술(사물인터넷 및 블록체인 등), 첨단 감지 기술, 우주·추진체 관련 기술, 에너지 기술, 로봇 공학, 첨단 재료 등 6개 영역에 대한 평가에 나설 예정이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지난 6월 발표된 EU 경제안보 전략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당시 전략에는 ▷첨단반도체 등 민감한 기술을 보유한 역내 기업의 과도한 제3국 투자 금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제품군에 대한 수출통제 ▷역내 핵심 인프라나 기업에 대한 제3국 인수 방지 등이 담겼다.

이번 발표에서 EU 집행위는 구체적인 우려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첨단기술에 대한 EU의 대중 수출·투자 통제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주제로한 연설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냉정하게 평가할 것” 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를 EU가 일찍이 발표한 ‘디리스킹’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지경학 전문가인 아가테 데마리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위험을 제거하려는 EU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며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EU가 생각하는 위험이 실제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만 EU는 이번 평가가 ‘대중 견제용’ 목적이라는 추측에 선을 그었다. 티에리 브르타뉴 EU 산업담당 집행위원은 “어떤 대륙, 어떤 나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럽을 위한 조치”라면서 “그 누구를 불리하게 만드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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