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KB신탁 입찰지침 위반 적발
입찰 경쟁에서 뛰어든 시공사 당혹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1000여가구 규모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과정이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 서울시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입찰지침에 위법 사항이 있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중단하라고 시행사인 KB신탁에 검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입찰경쟁에 뛰어들어 설계 등 이미 수십억원의 비용을 지출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 건설사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주 KB신탁 등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관계자들을 불러 한양아파트 입찰공고를 재검토 하라고 지시했다. 만약 현 사업계획을 유지하고 싶다면 정비계획 지정 고시 후 시공사 선정 절차를 다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영등포구청도 KB신탁에 공문을 보내 “정비구역 현황과 사업 시행자의 업무 추진 적정성 등에 대한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검토하고 조치하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지난 8월 KB신탁이 낸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자 선정 입찰지침서 및 도급계약서’에 나온 정비구역이 현재 확정된 정비계획과 다르고, 정비사업 구역 지정을 받은 범위 또한 초과했다는 것이 지자체의 판단이다.
한양아파트는 올해 초 확정된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라 용적률 600%를 적용받을 예정이다.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인 용도지역이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되면서 용적률을 기존 330% 이하에서 600% 이하로 상향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일 뿐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비계획이 확정된 상황이어야 한다. 즉 아직 정비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시행사가 한 단계 건너뛰어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한양아파트단지 내 롯데마트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음에도 입찰지침서에 이 구역을 정비구역으로 포함한 것도 지적 사항에 포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업 시행 지정을 받은 범위와 다르게 시공사 선정을 하고 있어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시공사 선정을) 중단하거나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는 자치구청에서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행사인 KB신탁의 귀책으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아파트 소유주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시행사 잘못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정 총회가 당장 29일로 예정된 만큼 총회는 열려야 한다는 게 주민의 입장이다. 한 아파트 주민은 “미리 정한 뒤 결격 사유 등을 따졌으면 한다”면서 “그게 주민의 재산상 손실을 막는데도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건축전문 변호사도 “신탁 방식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 절차에서 행정관청의 재량을 어디까지 볼지는 법률적 쟁점일 수 있다”면서 “시공사들과 소유주들의 신뢰의 이익 등을 따졌을 때도 총회 후 지침서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양아파트 시공 입찰전은 현재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개발이익을 극대화해 소유주에게 최소 3억6000만원 이상을 환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현대건설 입찰제안서에 따르면 ▷분양 수입 증가 가구당 약 6억원 ▷미분양 시 최초 일반분양가로 현대건설이 대물 인수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모든 이익 소유주 귀속 등의 전략으로 동일 평형 입주 시 100% 환급받는 개발이익 등의 입찰조건을 내걸었다.
포스코이앤씨도 신탁 방식 사업의 단점을 보완한 금융 특화 솔루션을 제안해 소유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총사업비 1조원 책임 조달 ▷분양 수익에 따른 공사비 수령 ▷사업비 우선 상환 ▷환급금 조기 지급 등 시행사와 조합에 파격적인 금융조건을 제시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42 일대에 기존 588가구를 허물고 최고 56층, 5개동, 아파트 956가구 및 오피스텔 128실 규모의 국제금융중심지 기능 지원단지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