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가 새해 첫 날부터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내용의 약관 변경을 단행한다. 약정 기간 내 파손이나 분실 등으로 불가피하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해지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금액의 위약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새해 첫 날부터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으로 이통사와 계약서를 써야 하는 고객들은 더 큰 ‘부채 폭탄’을 떠안게 됐다.
31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새로운 약관을 명시한 계약서를 준비했다. 새해 첫 날부터 적용될 위약금 변경 사항이 담긴 계약서다. 새 계약서는 24개월 약정 계약과 동시에 매달 조금 씩 소멸되던 보조금에 대한 위약금을, 앞으로는 가입 후 6개월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위약금은 가입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18개월동안 나눠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위약금 부담을 늘려 가입자의 조기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위약금 부담이 늘어나면 소위 ‘체리피커’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약 2% 정도인 가입 6개월 이내 해지자들을 막아, 전체 소비자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통신사들의 설명과 달리, 전체 소비자들의 위약금 부담은 최소 수백 원에서 많게는 6만원 가까이 늘었다. 보조금 혜택만 받고 빠지는 ‘체리피커’가 아닌, 통신사의 보조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꼼수 약관변경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심지어 최근 유행하는 보조금이 60만원 이상 실린 출시 15개월 이상된 스마트폰의 경우, 중도해지에 따른 위약금 부담은 지금보다 최대 10만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실제 24만원의 단말기 보조금을 받고 24개월 계약한 소비자가 가입 23개월 째 단말기 고장으로 불가피하게 해지할 경우 기존에는 1만원의 위약금만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1만3334원을 내야 한다. 위약금이 33%나 늘어난 것이다.
또 가입 5개월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도난이나 파손으로 해지해야 하는 경우 그 부담은 더 커진다. 기존에는 19만원이면 됐던 위약금이 이제는 처음에 받았던 보조금에 해당하는 24만원으로 무려 6만원이나 증가한다. 파손이나 도난 전까지 매달 6만원 가까운 금액을 연체없이 성실하게 납부했어도, 통신사는 가입 직후 바로 해지하는 ‘체리피커’로 취급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런 위약금 부담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각 통신사 홈페이지는 무조건 ‘24개월’만 선택 가능하고, 심지어 일부 대리점이나 홈쇼핑 채널에서는 30개월 또는 36개월 약정까지 강요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 저가 단말기를 중심으로 가능했던 12개월, 18개월 약정은 이제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 스마트폰 무상 AS 기간이 1년, 또 전체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평균 기간이 18개월이라는 현실과는 180도 동떨어진 단통법과 통신사 약관인 셈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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