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최근 원전 사이버테러 위협 등 디지털 범죄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범죄 증거에 대한 압수 ・수색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범식 서남대 경찰행정법학과 조교수는 ‘형사법의신동향’ 12월호에 게재된 ‘영 ・미의 디지털 증거 압수 ・수색에 관한 소고’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과 제4항은 컴퓨터 등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돼 있는 디지털 증거를 출력해 압수할 수 있고, 이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컴퓨터 등 정보저장매체 자체를 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와 학계에서는 현 규정만으로는 디지털 증거 압수ㆍ수색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형소법 제106조 제3항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라고 규정해 압수대상을 유형의 물건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증거의 ‘압수방법’을 규정한 것이고, 실질적인 압수 대상은 파일이나 데이터 등 ‘디지털 증거 그 자체’라는 점에서 디지털 증거를 압수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학계의 의견도 나뉘고 있다.

디지털 증거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것은 이미 범죄의 전체를 상세히 알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가능하다. 통상 범죄현장에서 범죄와 관련 있다고 의심되는 컴퓨터나 저장매체를 수색해 제3의 분석장소에 가져온 뒤 영장에 기재된 범죄관련 정보를 찾아내는 증거분석 단계를 거치고 있다.

보고서는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정보저장‘매체’와는 별도로 정보저장매체에 기록된 ‘정보’의 압수가능성을 도출하고 정보압수에 적합한 방법을 규율하는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증거를 압수했더라도 패스워드와 같이 암호화돼 있다면 영장에 의해 압수된 정보저장매체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압수 대상자가 암호화된 정보의 공개명령을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어 국내 현행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교수는 “형소법에 디지털 증거 자체에 대한 압수ㆍ수색 규정을 마련하고, 특별법 등 구체적인 입법을 통해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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