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병가 중이던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 분)는 일터인 공장으로 돌아갈 생각에 들뜬다. 복귀를 앞둔 금요일 오후,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사장이 ‘산드라의 복직’과 ‘1000유로의 보너스’를 놓고 직원 16명을 상대로 투표를 벌인 것이다. 그 결과 보너스 쪽의 표가 더 많이 나왔지만, 우여곡절 끝에 월요일 재투표가 결정된다. 산드라에게 남은 시간은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영화 원제: Two days One night) 뿐. 산드라는 주말 동안 16명의 동료들을 설득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ㆍ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산드라가 동료들을 한 명씩 만나 ‘보너스를 포기해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얼핏 지루할 것 같지만 만남이 거듭될 수록 마음을 졸이게 된다. 산드라가 초인종을 누르는 짧은 순간, 관객 저마다 ‘이 사람은 산드라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는 과연 동료를 위해 보너스를 포기할 수 있을까’, ‘어떤 핑계로 산드라의 부탁을 거절할까’ 등 갖가지 질문을 떠올리며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써내려간다.
만남과 설득이 반복되는 단순한 플롯에도 미묘한 변주가 몰입도를 높인다. 누군가는 산드라를 보자마자 첫 투표 때 보너스를 선택한 것이 미안하다며 눈물을 터뜨린다. 또 다른 동료는 ‘집을 수리해야 한다’, ‘이혼 후 홀로서기에 필요하다’며 보너스를 포기할 수 없다고 난처해 한다. 한 계약직 동료는 자신의 불안정한 위치 때문에 행여 산드라를 지지했다가 윗선에 밉보일까 고민한다. 이처럼 16명 동료들을 찾아가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그들 각자의 사정, 투표를 사정하는 산드라를 보며 이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은 단조로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아울러 산드라가 겪는 상황이 영화 ‘카트’와 드라마 ‘미생’ 등에서 익숙하게 마주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상당하다. 단순히 영화를 관조하듯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산드라와 동료들의 상황에 스스로를 대입해보게 된다. 산드라의 복직을 응원하면서도, ‘나라면 동료를 위해 보너스를 포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내일을 위한 시간’의 백미는 결말이다. 산드라는 보너스를 선택한 동료도 ‘적’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그녀 역시 반대의 입장에 서있다면, 동료를 택할 지 보너스를 택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부당한 것은 생계가 걸린 사안을 투표에 붙여 이들을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만들고,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회사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 결과와는 별개로, 산드라는 자신의 호소에 공감해준 동료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공장을 나서는 산드라는 더이상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장그래가 ‘우리’라고 불러주는 오 차장이 있어 내일을 꿈꾼 것처럼, 마트 노동자들이 함께 권리를 외칠 동료들이 있어 ‘카트’를 끌고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산드라의 뒷모습 역시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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