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ㆍ무역ㆍ전투 3박자 고루 갖춘 마스터피스 - 구간별 진입장벽 커 유저 동기부여 아쉬움
2014년 12월 17일은 우리나라 게임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주는 날이었다. 꺼져가는 줄로 만 알았던 온라인게임 시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날이자, 세계와 경쟁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게임이 탄생한 날이다. 바로 '검은 사막'의 오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된 날이다. '검은사막'의 오픈베타 테스트는 역대급 성적을 기록한다. 1인당 1개 캐릭터만 생성 가능한 사전 캐릭터 등록 서비스가 시작된지 3일만에 28만개 캐릭터가 생성됐다. 이후 5일간 추가 캐릭터가 50만개, 순 방문자수는 100만명을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이를 방증하듯 12월 17일 오전 6시 아침 이른시간에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접속으로 서버는 폭주했고 서버당 1천명에서 2천명까지 대기열을 거쳐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까지 했다. 한때 PC방 점유율 4위까지 올라서며 역대급 MMORPG의 탄생을 예고케 했다. 그 만큼 유저들은 MMORPG에 목말랐다. 약 2주 남짓한 시간이 지난 지금. 50레벨(최고레벨) 달성 유저들이 쏟아지면서 게임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검은사막'을 리뷰하기에는 가장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이에 게임콕콕을 통해 '검은사막'을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 2010년 경기도 평촌에 '펄어비스'라는 회사가 설립된다. '릴 온라인', 'R2', 'C9'등 만드는 작품마다 소위 '대박 행진'을 이어나간 김대일 PD가 그간 함께 게임을 개발해온 이들과 개발사를 설립했다. 당시 펄어비스는 'C9'에서 마련된 엔진과 그래픽 스타일을 바탕으로 '샌드박스형 MMORPG'를 개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부터 '검은사막'은 이미 기대작 반열에 오른다. 그리고 2년뒤 지스타 2012에서 '검은 사막'이 공개되면서부터 유저들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자신의 갈 길을 가는 MMORPG '검은 사막'은 탄생 당시부터 '대작'반열에 오른 게임이었다. 게임은 '던전 앤 파이터', '마비노기 영웅전', 'C9'등으로 다져진 논타깃 전투 시스템에 MMORPG의 콘텐츠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테라'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으로도 보인다. 여기에 차세대 MMORPG의 필수 조건처럼 보였던 '무역', 'NPC와의 교감', '해상 전투'등 다양한 분야들이 녹아들어가 한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 콘텐츠들이 대거 결집된 작품으로 기반 콘셉트를 잡는다.
게임은 공개되기 직전까지도 대형 퍼블리셔들의 러브콜을 받는다. 펄어비스는 선택자의 입장에서 퍼블리셔를 선정한다. 놀랍게도 선택지는 '다음'이었다. 부분유료화 최강자 넥슨도 아니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보유한 MMORPG 최강자 엔씨소프트도 아니었고, 방준혁사단의 넷마블도 아니었고, 해외 수출의 최강자 네오위즈게임즈도 아니었다. '돈'보다는 '입맛 대로 서비스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한 셈이다.
'자유도'의 의미 게임은 한마디로 어렵다. 동선에 따라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것으로 플레이를 했던 기존 게임들과 달리, 이 게임은 유저들에게 수많은 선택지를 주고 이 선택지를 풀어 나가는 것으로 플레이 스타일을 잡는다. 유저들은 플레이 시작 이후 1시간이면 10레벨을 달성하는데 이 후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 몬스터 사냥과 같은 일반적인 콘텐츠 외에 채집, 무역, 낚시, 채광 등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를 한 번에 만나면서 이를 함께 플레이 해야 한다. 심지어 타 게임에서는 극 후반 콘텐츠인 '하우징'조차 극 초반에서 시작할 수 있는 콘텐츠다.
대부분 콘텐츠를 초반부터 실행할 수 있다 보니 유저들에게는 혼선이 오기 시작한다. 몬스터를 썰어야 할지, 아이템을 구해야 할지, 돈을 모아야할지 수 많은 콘텐츠가 놓여있지만 어느 것 하나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짜여진 동선에 따라서 몬스터만 사냥하면 됐던 다른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른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심지어 '전투'도 그리 수월하지 않다. 논타깃팅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은 스킬 한방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상대 스킬을 보면서 이를 예측에 대응하는 스킬들을 쓰는 시스템이나, 넉백, 다운, 백어택 등 상대 상태이상을 노려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 시스템 등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어렵기 그지 없는 콘텐츠들이다.
'벽'에 부딪힌 사람들 이런 게임 플레이 방식은 마치 '양날의 검'과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동선을 따라가며 자동이동한 다음 몬스터들을 잡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포션 등 사냥에 필요한 요소들의 부족을 느껴야만했고, 그제서야 자신들이 게임을 잘못 플레이 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제 부랴부랴 골드 획득을 위해 초반 마을을 돌지만 다른 유저들에 비해 상당히 뒤처졌다는 점을 깨닫는다. 또, 생활형 콘텐츠로 돈을 번 유저들은 이제 PvP를 눈앞에 두고 또 하나 벽에 부딪힌다. 바로 캐릭터 콘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한다. 수 만마리에 가까운 몬스터를 도륙하면서 최적의 딜 사이클을 만들어낸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들 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어느 루트를 따라가던 특정 시기가 오면 한계에 부딪히고, 이 벽을 돌파하기 위해 같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할지 다른 콘텐츠를 즐겨야할지 아니면 현금을 결제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러나 … 재미있다 이 모든 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수십만명에 달하고 PC방 점유율은 2%와 3%대를 넘나들면서 꾸준히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로 넘쳐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낯설고, 어렵고, 힘들지만 그 만큼 유저들에게는 '재미'라는 보상이 따라온다. 불과 1주일만에 학습 과정을 마친 유저들은 이제 자신이 가야할 방향성을 깨닫고 게임을 플레이 하기 시작한다.
현재 유저들의 주된 루트는 사냥과 무역이다. 사냥을 통해 몬스터를 잡고 드롭된 아이템을 모아 무역품과 교역한 다음 이를 타 국가에 파는 형태로 게임을 즐겨 나간다. 게임 초반에 혼선을 주던 공헌도 시스템(거점 투자 등으로 활동 반경을 늘림)과 기운 시스템(NPC와 교류를 통해 친밀도를 쌓고 특수 퀘스트 등을 얻음) 역시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미 안정적인 콘텐츠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미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파악했고 이제 다음 콘텐츠를 기다리고 있다.
차세대 MMORPG의 포문을 열다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어렵다' '못해먹겠다'던 불만에서 버티지 못한 유저들이 떠나갔지만 여전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수는 적지 않다. 그리고 게임은 1차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간다. '검은 사막'은 1월 중순에 MMORPG최고의 콘텐츠로 손꼽히는 점령전 콘텐츠와 함께 PvP로 제2의 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1월 중에는 신규 캐릭터 금수랑 (테이머) 직업이 업데이트돼 또 한차례 붐을 일으킬 전망이다. 1분기(1월~3월)내에 검은사막 시즌2에 해당하는 '메디아' 지역이 오픈되면서 본격적인 '검은사막'의 재미가 공개될 전망이다.
'검은사막'은 분명 '대세'가 될만큼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맛을 알기 시작하면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다. 지금까지도 화제가 될 만큼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다면 차차 유저들의 노하우가 공개됨에 따라 게임 난이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더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 전망이다. 결국 김대일 사단은 옳았다.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게임 그리고 그렇게 고집한 게임이 세상에 통했다. '쉽게', '편하게'를 부르짖는 요즘 게임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타이틀이 아닐까. 어쩌면 차세대 MMORPG는 '제 2의 디아블로', '제 2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아니라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 아닐까.
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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