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수박 등 혐오표현 “요즘은 많이 괜찮아졌다”
“공천 과정에서 강성 유튜버 행태 더 심해질 것”
“개딸 때문에 탈당해도 반성 없는 더불어민주당”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요즘 많이 괜찮아진 거 같습니다.” 탈당까지 이어지는 더불어민주당 계파갈등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최근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이다.
피습 후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는 18일 오후 국회에서 차담회를 진행하면서 “어떤 사람들 영입하면 좋겠느냐”며 기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한 기자는 “막말 혐오발언 안 하는 사람들”이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어떤 막말을 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기자가 “가령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수박’ 등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이 대표는 “요즘은 많이 괜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 대표의 인식은 곧바로 무색해졌다. 차담회가 열린 같은 날에도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서는 비명계를 향한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실제 구독자 수가 90만이 넘는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 ‘새날’에서 비이재명(비명)계 박용진 의원을 향한 욕설까지 나왔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강북을에 출마한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전 의원이 출연한 방송에서다. 진행자는 박 의원이 정 전 의원의 미투 의혹에 대해 비판한 것을 두고 “인성이 문제다”라는 말과 함께 욕설을 가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네”라고 답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비주류에 대한 욕설과 혐오발언을 일삼는 강성 유튜버들의 행태는 공천 과정이 진행되면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강성 지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한 사람에게는 경고를, 막말과 혐오를 일삼는 이들에게는 후보자 적격 판정을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고 있는 지도부 및 친명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강성 지지층의 막말, 혐오 발언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8일 국회에서 ‘민주당 무엇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토론회를 열고 민주당의 재집권 실패 원인을 되돌아보고 총선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저조한 이유와 이탈한 지지층에 대한 분석을 공유하는 자리인 셈이다. 토론회에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직접 참석해 축사도 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극단·혐오 정치의 뿌리로 지목되는 ‘팬덤정치 문제’에 대한 발언은 없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정쟁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기자는 취지로 열린 토론회였던 만큼 강성 당원이나 유튜버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을지로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을지로위의 특성 상 민생정책을 다루는 자리였기에 팬덤현상 등에 대한 논의가 주가 될 순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은 민주당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독단적인 당 운영을 꼽는다. 폭력적인 행태로 이견을 위축시키는 강성 지지층의 행태와 이재명 체제가 ‘닮은 꼴’이라는 문제의식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미래대연합의 한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은 개딸의 폭력적인 행태로 의원들과 당원들이 탈당을 해도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거대 정당의 의원들이 강성 유튜버 방송에 나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