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채우려 불법 행위 시키는 병원

현장 간호사 고충사항 134건 신고접수

서울 대형 종합병원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에 돌입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에서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대형 종합병원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에 돌입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에서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전국에서 8000여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집단사직 및 근무 중단에 들어가자 현장에서는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리면서까지 해당 공백을 채우고 있다. 향후 해당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경우 간호사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호사들은 의사가 해야 하는 약물 주입기 시술이나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CPR), 약물 처방 등을 지시받는 등 불법 의료행위를 사실상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22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협회 운영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총 134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간협은 지난 20일 오전 6시를 기해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자,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홈페이지에 전공의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의료공백에 대한 현장 간호사 고충사항을 접수 받고 있다.

의사의 업무를 분담했던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뿐만 아니라 일반 간호사들의 신고도 계속된다는 게 간협의 설명이다.

신고된 사례를 보면 한 병원에서는 간호사에게 항암 환자의 ‘케모포트’ 주사 삽입과 제거 시술을 맡기고, 수혈과 교수 아이디를 사용한 약물 처방을 지시한 경우까지 있다.

케모포트는 항암제, 조영제 등을 주입하기 위해 환자의 정맥에 삽입하는 이식형 약물 전달 기구로 삽입과 제거 시술은 의사가 아닌 자가 할 경우 불법이다. 약물 처방 역시 의사만 할 수 있는 업무이다.

CPR 상황이 생기면 간호사가 환자의 가슴을 압박하면서 의사가 올 때까지 버티라고 공지한 병동도 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간호사에게 환자로부터 수술에 대한 설명과 동의서 작성 업무를 맡겼다.

간협에 신고한 이 간호사는 “수술 등 설명은 PA 간호사가 하고, 의사는 추후 서명만 하겠다고 하더라”며 “전공의가 하던 의무기록 작성과 처방, 카테터 제거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간호사들은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가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도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리는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한다. 불법 행위로 인한 책임을 간호사가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협은 오는 23일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집단행동으로 불법 의료행위에 노출된 간호사의 현실을 알린다.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