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시 감사관실의 칼날이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앞에서 한없이 무뎌지고 있다. ‘특혜 의혹’이 제기된지 20여일이 지나서야 조사에 착수한데다 이마저도 정 감독 일정에 맞추면서 사실상 조사가 잠정 중단됐다.
서울시향의 방만 경영을 관리ㆍ감독해야 할 감사관실이 정 감독의 유명세에 끌려다니며 ‘또다른 특혜’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당초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정 감독에 대한 조사를 지난 주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지만 정 감독의 소명 절차가 지연되면서 조사가 잠정 중단됐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정 감독을 직접 불러 (특혜 의혹에 대한)소명을 듣는 절차만 남았다”면서 “이번 주에 서울시향의 공연 일정이 2개나 잡혀 있어 좀처럼 시간을 잡기가 어렵다. 다음 주에나 조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관실은 지난 주에도 정 감독의 공연 일정으로 대면 조사를 연기한 바 있다. 서울시향은 그러나 “서면 소명서는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면서 “아직 정 감독의 출석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감사관실은 다음주 중으로 정 감독을 불러 ▷서울시향 공연 일정 변경의 적절성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단체(미라클오브뮤직ㆍMoM) 기금 마련을 위한 개인 활동의 규정 위반 여부 ▷MoM 주최로 열린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공연에 서울시향 단원 강제 동원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또 ▷피아노 리사이틀 순회공연 등 외부활동의 계약 위반 여부 ▷연봉 등 계약 조건의 합리성 등 계약서 내용도 점검한다. 감사관실은 늦어도 이달 안으로 정 감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 내부에서는 감사관실의 정 감독에 대한 조사가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감사관실이 애당초 정 감독에 대한 조사 의욕이 없는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 감독을 감싸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정 감독에 대한 특혜 의혹은 지난해 11월24일 서울시의회에서 제기됐지만 감사관실이 조사에 착수한 시점은 한달 뒤인 12월 9일이다. 당시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사태를 계기로 제기된 ‘정 감독의 서울시향 사조직화’ 주장이 여론의 관심을 받자 그때서야 뒤늦게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마저도 정 감독의 일정에 따라 한달 넘게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단 2주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론에 떠밀려 조사를 시작해 감사관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감사관실이 이 정도로 무기력한 경우도 보기 드물다”고 말했다.
결국 ‘세계적인 지휘자’인 정 감독의 유명세에 서울시와 감사관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때 박 전 대표가 국가기관인 감사원의 서울시향 감사를 기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이 방만 경영은 개선하지 않고 출연금만 더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시민 눈높이에 맞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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