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운영 ‘어린이집 공표제’ 유명무실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어린이집에 다니는 올해 2살 된 딸아이를 둔 김모(34ㆍ여) 씨는 지난 23일 인터넷을 보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그가 찾아본 것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정보공시포털(http://info.childcare.go.kr). 이곳에는 ‘위반사실의 공표’라는 항목이 있다. 아동 학대 등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어린이집을 공개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껏 공개된 어린이집은 단 2곳. 아동 학대로 적발된 어린이집을 검색하려고 했던 김 씨는 “1년에 100여건 넘게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가 발생하고 있다는데 단 2곳이라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학부모들의 불안감 가중되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는 법을 위반한 어린이집을 공개토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법 위반 어린이집 공표제다. 그러나 정부가 구색만 갖췄을 뿐 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학대가 발생한 ‘나쁜’ 어린이집을 확인해 아이를 안전한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부 관리를 엉망으로 하니까 어린이집 학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이다.
26일 어린이집 정보공시포털에서 법 위반 어린이집을 조회한 결과 법 위반 어린이집은 단 2곳, 법 위반 행위자는 단 1명만 검색됐다.
위반 시설 2곳은 각각 전남과 경남 소재 어린이집으로, 법 위반 내용은 둘 다 보육 교직원 허위등록으로 인한 부정수급이었다. 위반 행위자도 이 2곳의 시설 중 1곳의 원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관련 시행령이 마련된 2013년 12월 5일 이후 발생한 위반 사실을 대상으로 법 위반 어린이집과 그 행위자를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부모들에게 문제의 어린이집을 회피하게 유도하고, 해당 어린이집을 처벌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것만 어린이집 아동 학대가 수차례 발생했는데 이런 정보가 공개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정보들이 하나도 공개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아동 학대 건수는 2010년 100건, 2011년 159건, 2012년 135건, 2013년 232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법 위반을 했다고 해서 모든 어린이집을 다 공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위반사실 공표 대상은 보조금 부정수령ㆍ유용이나 급식기준 위반 등으로 처벌을 받은 시설이나, 아동학대로 영유아의 생명을 해치거나 신체ㆍ정신에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등이다. 이러한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각 지자체가 주관하는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검토에 따라 공표 여부가 결정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런 규정을 들어 “1년간 법 위반 공개 시설이 2곳밖에 없는 것은 각 지자체가 문제가 발생한 시설에 대해 공표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기는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시행령에 따르면 복지부도 자신들 주관으로 중앙보육정책위원회를 열어 법을 위반한 어린이집을 공개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지적하자 복지부 측은 그제야 “복지부가 주관하는 중앙보유정책위원회는 지난해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공표 여부를 결정하는 지자체와 복지부의 보육정책위원회의 공표 기준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영유아보육법 49조 3항에에 따르면 공표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그 위반행위의 동기와 정도, 횟수 및 결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다. 보육정책위원회 구성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공표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동 학대처럼 심각한 사안만큼은 무조건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도 “어린이집의 좋고 나쁨에 대한 주관적 평가항목이 아니라 아동 학대나 규정 위반 등 법 위반 사실에 대한 공표가 되고 안 되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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