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스드 랜드
한 편엔 개발하려는 자가 있고, 맞은 편엔 그것을 막으려는 자가 있다. 모두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과 소수의 생존권을 볼모로 한 거짓일 뿐이라는 반박이 맞선다. 더 많은 돈,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겠다고 장담하는 이들과 누군가의 삶이 희생된 이익이란 허상일 뿐이라고 역설하는 사람들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위험’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들이대는 자들과 ‘안전’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고 버티는 자들이 힘을 겨룬다.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감독 구스 반 산트·사진)는 여러모로 우리에겐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논쟁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미국의 한 시골 낙농지역의 개발을 둘러싸고 천연가스회사와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그린 영화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임무와 출세의 과업을 이뤄야 하는 한 사내의 이야기가 담겨진다.
주인공을 비롯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각자 서로 다른 딜레마에 빠져 있다. 천연가스회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비싼 값으로 땅을 매입하고, 개발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설득한다. 마을 사람들은 당장의 목돈이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파국적인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는 천연가스 개발이 두렵다. 개발에 반대하는 이들은 천연가스 개발이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가축의 폐사와 기형을 낳으며 결국 마을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회사는 “천연가스야말로 생태와 환경을 위한 미래의 에너지”라고 주장하며 “채굴 방식의 위험성은 증명되지 않았다”고 역설한다. 환경단체는 “천연가스 채굴 방식의 안전성이야말로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맞선다.
주인공 스티브(맷 데이먼 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 ‘글로벌’의 협상 전문가로 최연소 부사장 승진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뉴욕 본사 입성을 앞두고 동료 수 토마슨(프란시스 맥도먼드)과 함께 천연가스 매장 지역인 맥킨리에 파견된다. 주민들을 설득해 글로벌이 맥킨리 일대의 땅을 매입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받아내는 것이 스티브와 토마슨의 임무. 이곳은 전통적인 낙농지역으로 최근 경기하락으로 인해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스티브와 토마슨은 마을 주민들과의 협상 및 계약을 낙관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힌다. 지역 내 고교 과학교사 프랭크(할 홀브룩)가 주민들을 선동해 천연가스 채굴에 반대하고 나선 것. 알고 보니 프랭크는 MIT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석학이자 보잉사의 임원 출신으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스티브는 “천연가스야말로 친환경 무공해 에너지”라고 설득하는 한편으로 주민들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보장하고, 지역 의회 의원을 돈으로 매수하는 등의 공세를 펴지만, 프랭크를 위시한 반대파에게 가로막혀 결국 마을 투표로 개발 여부를 결정키로 한다. 여기에 환경단체의 활동가까지 가세해 주민들 사이에 개발 반대 움직임을 독려하고 나선다. 프랭크와 환경단체는 “엄청난 화학물질이 투입되는 수압 파쇄 방식의 채굴이 마을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사장 진급을 앞두고 위기에 빠진 스티브가 분투를 벌이는 가운데, 그조차도 몰랐던 회사의 비밀과 음모가 드러나면서 선택과 결단의 기로에 선다.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한 주연 맷 데이먼의 연기가 뛰어나다. ‘엘리펀트’ ‘굿 윌 헌팅’ ‘아이다호’ 등으로 이미 거장 반열에 들어선 구스 반 산트 감독은 환경개발 문제와 거대 에너지 기업의 이면을 날카롭게 다루면서도 반전있는 드라마와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담을 녹여낸 화술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이다. 12일 개봉.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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