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8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9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구조에 나섰다가 처음으로 유호성을 발견한 강유리 선수는, 드라이빙 슈트로 온 몸을 감싸고 헬멧까지 뒤집어 쓴 채 뜨거운 모래찜질을 하고 있는 그 모습이 기막힐 뿐이었다.

강유리 선수가 구조에 가담하게 된 과정은 간단했다. 고비사막 입구 바오터우에서 무려 900㎞나 떨어진 만달고비 지역으로부터 SOS 구조신호를 받은 조난본부에서는 사고지역에 가장 가까이 머물고 있는 차량에 신속히 FA 명령 조치를 내렸다. 정식 구조팀이 도착하기 전에 아무나 가까이 있는 차량이 응급구조를 하라는 지시였다.

그 지시를 가장 먼저 접수한 사람은 클래식 카 동호회 회장 움라우트 패튼이었다. 움라우트 패튼 옆에는 그림자처럼 강유리 선수가 따라붙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클래식 카 동호회에 속한 차량대열을 이끌고 응급구조에 따라나서게 되었다는 말인데… FA 명령 조치라는 것이 머리 떼고, 꽁지 떼고, 무조건 어디에 가서 누구를 구하라는 명령이었으니 조난당한 내막을 알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고 한심해라. 운전 미숙으로 모래구덩이에 빠졌으면 적극적으로 구조신호를 보낼 생각부터 해야지…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해운대로 피서 나온 줄 아세요? 한가하게 모래찜질이나 하고 있다니 말이나 돼요? 으이그, 나중에 뭐가 될래요?”

강유리는 유호성을 발견하자마자 이렇게 나무랐다. 발견? 어찌 보면 애써 발견한 것도 아니었다. 확성기에 대고 유호성의 이름을 몇 번 불러대자 유호성 본인이 모래구덩이를 헤치고 부스스 일어섰으므로.

하지만 그 순간, 유호성은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나마 죽기 직전에 구조되었다는 안도감에 그녀의 끝마디 말을 겨우 알아들었을 뿐인데, 그 끝마디가 ‘나중에 뭐가 될래요?’ 하는 물음이었으니….

“으이그, 나중에 뭐가 될래요?”

“나중에… 골, 골프선수가 돼야지요.”

이렇게 대화가 이어졌다는 말이다. 유호성은 재차 기절하기 직전까지 어머니 신희영의 뜻을 되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강유리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 아버지 강준호야말로 유호성이 골프선수로 전향하길 학수고대하지 않았던가. 세상에 태어나 잘하는 짓이라곤 골프밖에 없는 아버지 강준호가 재벌 집 아들을 골프선수로 꼬여내어 두고두고 단물을 빼먹으려 했던 것을 그녀는 기억했던 것이다.

“어머나, 정말? 정말 골프선수로 전향할 거예요?”

“그럼요. 골, 프, 선, 수….”

여기까지 듣고 난 강유리는, 유호성이 기절하든 잠들든 더 이상의 관심도 없었다. 오로지 그가 골프선수로 전향하리라는 뜻을 밝힌 사실에 들떠있을 따름이었다. 그녀는 당장 그 사실을 강준호에게 알리기 위해 클래식 카 차량대열의 맨 끝에 있는 송신설비 탑재차량으로 달려갔다. 동호회에는 나날의 동향을 인터넷 신문사에 송고하기 위해 특수 송신설비를 갖춘 차량이 따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유호성이 골프선수로 전향하리라는 소식에 더욱 들뜬 사람은 북한 사진작가 예원희였다. 그녀에겐 두 가지 기쁜 소식이 전해진 셈이었다. 유호성이 골프선수로 전향하기만 하면 HY 훌푸드 신희영 회장이 현성애에게 2천만원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이 그 첫째였다. 현성애는 2천만원을 받으면 그 절반을 예원희에게 주겠다는 우정 어린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당장 1천만원이 생기는 것보다도, 유호성이 골프선수로 전향하면 제 양아버지 도형철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그 두 번째 기쁨이었다. 어쨌거나 남한의 재벌 아들이 골프에 관심을 가진다면 떡고물이라도 생기겠지.

“드디어 해냈단 말이디요? 현성애 씨. 자알 했습네다.”

예원희는 이미 기절해 있는 현성애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움라우트 패튼의 연락을 받은 구조 헬리콥터가 자욱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사막에 내려앉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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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