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꼭 자기만큼의 크기로 살아간다. 세상의 즐거움, 아픔, 행복… 그 어떤 일에 대한 이해는 자기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만큼의 크기다. 아이의 입시를 치르고 나니 그 절절함이 비로소 살아서 느껴지고, 가까운 사람의 병마를 보고나서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는 당연한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연말연시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마음과 작은 재물을 나누자는 이야기도 매년 반복되지만, 더 이상 관념적인 이해와 관습적인 행동이 아니고 이 한 해가 다 가도록 대책 없이 춥고 어려운 이들이 얼마나 막막할까를 좀 더 절실하게 동감하게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거리는 온갖 성탄 장식으로 반짝인다. 이즈음 떠오르는 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우리나라 특산 구상나무도 있고, 멕시코에서 발견하여 미국에 소개한 멕시코 초대 미국대사의 이름을 땄다는 포인세치아도 있지만 아무래도 온갖 성탄 장식에 등장하는 호랑가시나무가 아닐까 싶다. 혹시 호랑가시나무란 이름이 처음이신 분들도 성탄 장식을 하거나 카드를 만들 때 흔히 보는 가장자리가 가시처럼 뾰족한 잎에 둥글고 붉은 열매를 매단 나무를 기억하실 것이다. 바로 그 나무다.
이 나무가 성탄과 함께 등장하는 데는 사연이 있다.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가시관을 쓰고 이마에 파고드는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며 고난을 받으실 때, 로빈(지빠귀과의 티티새)이라고 하는 작은 새는 그 고통을 덜어드리고자 온힘을 다해 자신의 부리로 가시를 뽑아내려고 하였고 그러면서 자신도 가시에 찔려 가슴이 온통 붉은 피로 물들이다 결국은 죽게 되었다. 그때 피로 물든 가슴이 아직까지도 붉은 그 로빈새가 바로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를 좋아하여 사람들은 이 나무를 귀히 여기게 되었고 그러면 좋은 운이 따르는 나무라고 생각하다 보니 기쁜 성탄을 장식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의 잎과 줄기를 둥글게 엮는 것은 예수님의 가시관을 상징하고 븕은 열매는 예수님의 핏방울을 나타내며 희기도 노랗기도 한 꽃은 우유빛 같아서 예수님의 탄생을 의미하고 나무껍질의 쓰디 쓴 맛은 예수님의 수난을 의미한다. 서양 호랑가시나무는 영어로 홀리(holly)라고 하는데 종교와는 무관하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쁜 일을 피해 준다는 이야기들과 믿음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으니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축복하는 이 시기에 적절한 나무가 아닐까 싶다.
좋은 일을 하면 달아주는 붉은‘사랑의 열매’도 바로 이 호랑가시나무의 열매가 아닐까 싶다. 차분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무엇이든 나누어 따뜻해지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의 가슴에 혹은 마음에 호랑가시나무의 붉은 열매를 달고 더불어 나쁜 일은 모두 모두 물러가는 행복한 연말연시기가 되길 기원해본다.
이유미 (산림청 과장)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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