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개사 ELS 점유율 45% DLS 점유율은 73% 더 극심 중소형 증권사는 고사 위기 동양 사태가 양극화 주요인 분석

국내 파생상품시장에서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형사들의 ‘독식’이 본격화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사실상 고사(枯死) 위기로 몰리고 있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상위 3개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시장 점유율은 44.74%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KDB대우증권이 공모와 사모 상품을 합쳐 총 6100억원을 발행하며 전체 점유율 17.36%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투자증권(14.49%)과 우리투자증권(12.89%)이 그 뒤를 이었다.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40%를 넘은 것은 작년 12월(49.81%) 이후 1년 만이다. 지난달 상위 5개사의 점유율도 62.95%에 달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60%대를 넘어섰다.

파생상품시장의 또다른 축인 파생결합증권(DLS)의 경우 양극화가 더 뚜렷하다. 지난달 상위 3개 증권사의 발행 점유율은 무려 73.43%를 기록했다. 9월 3개사의 점유율인 42.57%보다 30%포인트가량이나 높아졌다. 대우증권은 혼자서만 지난달 4070억원을 발행하며 전체 점유율의 50.77%를 차지했다.

시장 양극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동양 사태’가 꼽힌다. 동양 사태 이후 규모가 작은 증권사들의 ‘크레딧리스크(신용위험)’가 불거지면서 신용이 비교적 안정적인 대형사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동양이 작은 증권사는 아니었지만 이번 사태로 중소형사들이 더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 달 결과로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동양 사태가 양극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퇴직연금 관련 파생상품 출시가 12월에 몰리는 경향이 있어 연말까지 대형사로의 쏠림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아예 파생상품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증권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흥국증권의 경우 파생상품 업무를 금융당국에 반납하고 지난달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도 담당 인원을 대폭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배타적 사용권’ 부여 횟수도 대형사로 집중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부여하는 배타적 사용권은 금융회사의 상품 독창성을 인정해 최장 6개월간 다른 회사가 같은 구조의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게 하는 권리다. 지난해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은 10개의 ELS상품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의 상품은 신영과 교보 두 곳뿐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어려울수록 창조적 상품 개발에 매진해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 실장은 “금융당국도 지나친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