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유럽 시장이 깨어나고 있다. 유럽 각국으로 번진 재정위기로 인해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1년 반 넘게 이어지던 마이너스 성장에 종지부를 찍은 데 이어 유로존 각국 주가지수도 연초 대비 10% 이상 상승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인 미국 투자자도 투자 불모지로 여겨졌던 유로존 회복에 베팅하고 있다. 보따리를 쌌던 투자자가 속속 돌아오면서 유로존은 최근 유망 투자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꿈틀대는 유로존=최근 들어 미국보다는 유럽의 회복세가 더 주목받고 있다. 유럽의 기업 이익 개선세가 빨라지면서 유럽 증시의 기업 이익 수정비율이 미국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경기선행지표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유로존의 9월 무역수지도 흑자를 나타냈고 수출은 전월 대비 1%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증가세가 나타났다. 이달 초 발표된 유로존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개월 연속 경기 팽창을 나타냈다. 최근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개선세가 뚜렷해졌다는 것에 시장은 한 표를 던지고 있다.
바닥권이었던 유럽 주요 증시도 상승세다. 최근 영국과 독일ㆍ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는 1년 전에 비해 상승기조가 뚜렷해졌다. 이는 지표상 경기회복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감과 기저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낙관론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등돌렸던 글로벌 투자자도 유로존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투자펀드가 유럽은행에 대한 비중을 다시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유럽 10대 은행에 들어간 미국계 자금은 330억유로(약 47조원)로 지난 6월 이후 40% 늘었다.
투자를 늘린 곳은 T로우프라이스와 블랙록, 와들앤드리드 등 미국계 주요 투자펀드다. 이는 미국 주요 펀드가 유럽 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자 조금씩 투자규모를 늘리면서 회복세가 분명하다는 데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수익률 고공행진 유럽 펀드=국내 투자자도 유럽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가 활기를 띠고 있다. 유럽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더욱 활발해졌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유럽 설정액은 1363억원이 늘었다.
수익률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운용규모 10억원 이상으로 유럽 시장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24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8.15%로, 1년 수익률은 24.83%, 2년 수익률은 44.38%에 달한다.
개별펀드 가운데 ‘템플턴유로피언증권자투자신탁(E)’이 연초 이후 24.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한화유로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H(종류A)’ ‘슈로더유로증권자투자신탁A(종류C)’ ‘도이치DWS독일증권투자신탁 ClassA’ ‘KB스타유로인덱스증권투자신탁A’ 등도 모두 연초 이후 20%대 수익률을 올렸다.
유럽 주식을 유로화로 투자하는 역외펀드도 관심받고 있다. 유로화가 저점을 지나 점진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환차익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유로화에 투자한 역외펀드인 ‘슈로더유럽중소형주펀드A’ ‘피델리티독일펀드A’ ‘템플턴유러피안펀드A’ ‘블랙록유럽가치주펀드A2’ 등이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32.78%, 26.55%, 26.87%, 26.33%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밖에 ‘프랭클린뮤추얼유럽펀드A’ ‘블랙록유럽오퍼튜니티펀드A2’ ‘슈로더유럽대형주펀드A’ ‘피델리티범유럽주식펀드A’ ‘HSBC전유럽주식펀드AD’ ‘피델리티유럽성장펀드A’ 등도 1년 이상 수익률이 20%대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유럽 증시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유로존의 경기회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가파르게 상승한 미국 증시가 고점 수준에 다다르면서 글로벌 투자자rk 미국보다는 유럽에 더 많은 눈길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은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미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가 꺾인 것과 달리 유로존 경기선행지수는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졌다”면서 “연말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됐을 때 지난 10월과 마찬가지로 유로존 회복세가 다시 각광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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