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 스리랑카 정부가 호주의 억만장자 제임스 파커(James Packerㆍ47)를 향해 “파커는 평생 스리랑카에 오지 말라”며 날을 세우고 나섰다.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아예 입국 자체를 막을 만큼 스리랑카 당국은 한 해외 부호에 대해 갑자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커와 스리랑카 정부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은 스리랑카가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날이다. 10년 간 집권해온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이 3선을 노렸지만 투표 결과 범야권의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정권을 내줬다.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즉각 전 정권의 과오를 청산하겠다고 나섰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카지노 추방’이었다.
사실 시리세나 신임 대통령이 패배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도승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에서 수도승의 영향력 크다. 수도승들은 그동안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카지노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왔다.
그러나 전 정권은 경제발전을 위해 콜롬보를 카지노 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며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화답한 이가 바로 제임스 파커 크라운 그룹 회장이었다. 카지노 재벌인 그의 자산은 현재 50억달러(약 5조4300억원)로 호주에서 세번째로 많다.
2013년 파커 회장은 3억5000만 달러(약 3800억원)를 투자해 카지노 시설이 포함된 450실 규모의 호화 리조트를 콜롬보에 짓기로 결정했다. 스리랑카 정부도 크라운 그룹에 10년간 5% 정도의 낮은 세율을 매기기로 약속하면서 호주 재벌의 통 큰 결정을 반겼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정부는 지난 달 29일 파커 회장의 카지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5%의 세율 혜택을 주기로 한 계획도 전면 백지화했다. 한마디로 카지노 시설이 없는 순수 리조트로만 개발하라는 압박이었다.
갑작스러운 철퇴 소식에 파커 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카지노 재벌에게 카지노가 빠진 리조트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파커 회장은 새 정부의 카지노 불허 방침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아예 리조트 자체를 짓지 않겠다며 스리랑카에서 발을 빼겠다고 맞섰다. 아직 리조트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
파커가 사업계획을 철회하자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는 “파커는 앞으로 평생 스리랑카에 오지 말아 달라”는 강경한 발언으로 응수했다. 아울러 “우리는 카지노에 의존하는 경제발전은 원하지 않는다. 단지 선의의 투자자가 필요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양측이 벌인 신경전으로 불과 이틀 만에 4000억원 짜리 대규모 사업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파커 회장은 호주 미디어 재벌 케리 파커(Kerry Packerㆍ2005년 사망)의 아들로, 그의 아버지 역시 죽기 전까지 65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부호였다. 아들 파커 회장은 2012년 가족이 갖고 있던 미디어 관련 자산을 모두 카지노 사업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현재 호주 멜버른과 퍼스, 필리핀 마닐라에 카지노를 갖고 있으며 마카오엔 두 개의 카지노장을 세웠다. 앞으로도 시드니와 브리즈번, 미국 라스베가스 그리고 마카오에 카지노를 하나씩 더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다만 스리랑카에 카지노를 세우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혼남인 그는 지난 해 호주 출신 모델 미란다 커와 함께 여행을 하는 모습이 수차례 목격되면서 스캔들이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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