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MBC ‘나는 가수다’를 기획제작한 김영희 PD가 요즘은 날라다니고 있다. 올 10개월여 동안 국제선 비행기를 60번쯤 탔다고 한다. 공항이 무슨 버스터미널 정도로 느껴진다고 했다.
김 PD가 중국을 계속 오가는 것은 ‘나는 가수다’의 포맷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돼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방송된 중국판 ‘나가수’가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와 ‘아빠 어디가’는 중국 후난위성TV를 통해 팔렸다. 둘 다 크게 히트해 중국 대륙을 휩쓸고 있다. ‘나가수’는 내년 초 시즌2도 방송하기로 결정하고 12월 중순 첫 녹화에 들어간다.
김영희 PD의 직함은 MBC 대PD 겸 특임국장. 요즘은 ‘플라잉 디렉터(FD·Flying Director)’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비행기로 오가며 연출지도와 자문을 해주는 글로벌 PD인데, 포맷시장을 염두에 두고 새롭게 생겨난 영역이다. MBC가 후난TV에 ‘나는 가수다’ 포맷을 판매한 것은 프로그램의 중국판 제작을 정식으로 허가하면서 감독ㆍ지도ㆍ자문까지 해주는 것이다. 김 PD는 중국에서 자문 PD로 활약하며 ‘나는 가수다’ 중국판 제작을 이끌고 있다.
김 PD는 올해만 중국에 15차례나 갔다. 첫 번째는 한 달간 체류했다. 김 PD는 “카메라 설치를 비롯해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중국 제작진이 나에게 물어본다”면서 “만나는 방송 관계자가 모두 나에게 인사하고 굽신거린다”고 전했다.
김 PD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강조했다. 중국에 머물면서 엄청난 시장규모와 함께 한동안 뜸했던 중국에서의 한류가 재점화의 기운을 보인다는 것. ‘나가수’를 처음 수출할 때 판매가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시즌2의 수출가는 크게 뛰었다.
김 PD는 “세계 포맷시장 규모가 6조원대에 이르는데, 그중 중국 시장에 수출해 올릴 수 있는 한류 수익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 ‘나가수’처럼 프로그램이 히트하면 15억 중국인 중 4억명이 시청하게 되는 시장”이라면서 “시장이 크기 때문에 제작비, 마케팅도 풍부한 수준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김 PD는 “예능시장이 한국만으로 한정해서는 늘어나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힘들다”면서 “보더 넓은 시장, 특히 중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PD는 중국판 ‘나가수’의 제목을 바꾸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제목도 ‘我是歌手’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중국 가수의 인기는 급상승했다고 한다.
김 PD는 “중국판 ‘나가수’에 출연했던 중국 가수는 한국에서 ‘나가수’로 부각됐던 이소라와 임재범보다 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황치찬 등 출연가수 대부분의 몸값이 크게 뛰었고, 시즌2에 출연할 가수도 쉽게 확보했다. 또 현장 평가단이 몰리는 바람에 경쟁률이 수백대1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판 ‘나가수’의 시청률은 평균 4%대를 기록했다. 위성TV의 시청률은 1%만 넘어도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에는 ‘OB그랜드쇼’처럼 1970년 한국에서도 방송프로그램 제목 앞에 넣는 특정 이름인 관명(冠名)이 붙는다. ‘나가수’ 시즌2의 관명비는 크게 올랐다.
김 PD는 베이징대 외에도 미국 휴스턴, 프랑스 칸, 일본 오키나와 등에서 포맷과 관련된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강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만난 중국 관계자 중에서는 ‘이경규의 양심냉장고’ 등 오래된 방송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 PD는 “10년 전 대장금이 외국에서 크게 히트했다. 이건 콘텐츠가 담긴 테이프를 수출한 것”이라면서 “ ‘나는 가수다’는 아이디어나 포맷을 파는 것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제 포맷 수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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