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당 5억원, 대작 다큐멘터리 시대가 열렸다.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한 다큐멘터리는 TV기술의 발전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KBS는 디지털 방송시대 개막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빛의 전쟁’ 시대에 뛰어들었다. ‘K-DOC(KBS 다큐멘터리)’ 프로젝트가 그것. 국내 최초로 4K UHD(Ultra High Definition, 초고화질)와 3D를 결합해 만든 ‘의궤, 8일간의 축제’를 제작해 10일부터 방영 예정이고, 오는 11월, 12월에는 UHD 다큐멘터리 ‘색(色), 네 개의 욕망’, ‘요리인류’의 방송을 앞두고 있다. 평균 제작기간은 2년, 총 제작비 47억원이 이들 다큐멘터리에 투입됐다. 각 다큐멘터리의 총제작비는 약 15억원 수준이다.

이건협 KBS 다큐멘터리국 팀장은 “기술과 콘텐츠는 수레의 양바퀴와 같다. 뛰어난 콘텐츠가 먼저 나와 표현방식을 찾기도 하고, 기술이 앞설 때는 그 기술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도 한다”며 “지금은 기술이 먼저 앞선 뒤 콘텐츠가 뒤따라가는 상황이다”고 UHD TV 시대를 앞둔 방송시장의 현재를 설명했다. 때문에 방송사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세 편의 다큐멘터리는 모두 LG전자의 적극적인 제작지원이 있었다.

사실 현재로서는 방송환경 여건상, 아무리 앞선 기술로 UHD 콘텐츠를 제작한다 할지라도 시청자들은 2D와 HD 영상으로만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초고화질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방송사와 가전자의 ‘윈윈전략’이다.

일단 각 다큐의 소재가 3D로 구현하거나 UHD로 제작하는데에 적합했다. 오는 10일부터 3주간 방영 예정인 ‘의궤’는 1795년 정조가 수원 화성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치르고자 떠난 7박8일 간의 일정을 상세하게 담아낸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200년 전 종이 위에 만들어진 상세한 의궤의 탄생과정을 3D 입체 영상으로 복원하고, 레드(RED) 사의 에픽(EPIC)을 메인 카메라로 사용했다. ‘색’과 ‘요리인류’ 역시 레드사의 에픽을 비롯해 용도에 맞게 소니의 F55, F65와 마크투 카메라를 사용한 UHD 다큐멘터리다.

이 팀장은 “PD의 입장에서도 HD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편한 작업이지만, UHD로 제작할 경우 콘텐츠의 품질이 훨씬 나아진다는 이점이 있다”고 짚었다. 사실 UHD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새로 구입해야 하는 장비는 물론 오디오 조명 미술장비를 비롯해 후반작업에 필요한 편집기계와 저장공간까지 모조리 교체해줘야 하는 상황은 제작비의 기하급수적 상승을 불러온다. 그럼에도 “콘텐츠의 소재에 따라 각각의 기술의 장점이 살아나" UHD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의궤’의 경우 “3D를 통해 왕의 행차 장면 등 다양한 그림이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배경 역시 200년 전으로 복원”해 “2D로 시청을 해도 실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빨강·초록·파랑·흰색 등 네 가지 색깔을 조명한 ‘색(色), 네 개의 욕망’의 경우 UHD의 장점이 극명해지는 다큐멘터리다. 이 팀장은 “방송에선 HD로 시청하지만, UHD로 작업한 경우 다운컨버팅해 송출된다 해도 색의 영역과 변별력이 뛰어나 보다 ‘원초적인 색’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연출을 맡은 PD로서는 “현재의 방송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작품을 연출할 수 있다”는 특장점마저 있다.

이렇게 제작된 다큐멘터리의 경우 해외시장에서의 평가가 높은 새로운 ‘한류 콘텐츠’다. 이 팀장은 “방송에서는 한 해에도 수백편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 하지만 국제무대에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퀄리티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다큐멘터리는 드물다”며 “최종 목표는 국제무대다. 특히 다큐멘터리의 경우 문화장벽이 낮은 시장이고, 3D와 4K 시장은 해외에서 훨씬 여유롭고, 활용도가 커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세 편의 다큐멘터리는 향후 영화판으로도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KBS ‘의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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