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지난해 11월 자치구 민원문제를 직접 듣고 해결책을 찾겠다는 취지로 박원순 시장이 시작한 ‘현장시장실’이 정치색 갈등으로 반쪽 시장실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11일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서초ㆍ강남ㆍ서초 등 ‘강남 3구’와 중랑ㆍ중구 등 5곳은 현장시장실 운영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11월 은평뉴타운 아파트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평구에 현장시장실을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양천ㆍ금천ㆍ구로ㆍ영등포ㆍ노원 등 17개 구를 방문했다. 지난 7~8월 여름철 수방대책과 휴가철이 끝나고 이달부터 현장시장실을 재개한 박 시장은 다음달 말까지 용산ㆍ동작ㆍ마포구에 현장시장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 자치구 25개 중 20개가 이미 현장시장실을 운영했거나 향후 계획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나머지 5개구는 아직 현장시장실 운영 계획이 없다. 강남ㆍ송파ㆍ중랑ㆍ중구는 운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서초구는 아직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시장실은 구청의 요청이 있어야 추진할 수 있다”며 “나머지 5개구는 아직 요청이 없거나 계획을 잡지 못한 곳”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100일전부터는 사전선거운동으로 여겨져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데 제약이 따른다. 내년 지방선거가 6월 4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 전 현장시장실 운영은 내년 2월말까지 가능하다. 아직 5개월이 남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적 공세가 심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안에 끝내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도 올해 안에 현장시장실을 완료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공교롭게도 5곳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 자치구라 민주당 출신 서울시장과 새누리당 출신 구청장이 정치색에 따른 행정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20개구는 민주당 소속이다.

실제 이 5개 자치구는 현안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강남구는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놓고 여전히 서울시와 기싸움을 벌이고 있고 서초구는 강남역 침수원인 및 대심도터널 설치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현장시장실 운영할 계획이 없다”면서 “박원순 시장에게 구룡마을 현안을 설명을 하려고 해도 ‘왜 자꾸 반대만 하냐’는데 무슨 얘길 하겠냐”고 말했다.

서초구 관계자 역시 “민심도 그렇고 골치아픈 문제도 많은데 피차 피곤하게 현장시장실을 운영할 필요가 있겠냐”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분향소 강제철거로 서울시와 얼굴을 붉힌 중구도 “당장 초청 계획은 없다”며 “서울시도 요청 공문을 보내온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겨줘야 가지, 초청도 안하는데 어떻게 마음대로 가겠냐”며 “다음달까지 예정된 자치구 현장시장실 일정을 마치고 난 후 생각해보겠다”고 직답을 피했다.

현장시장실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첫 방문지인 은평뉴타운에선 미분양 아파트 615가구를 전세로 해결했으나 이는 SH공사의 미분양물량 해소에 불과했다. 그나마 강서구에서 제물포도로 지하화 사업의 조기착공을 이끌었지만 여의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있어 제대로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이후엔 그나마 민원해결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안을 찾아보겠다”,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시민들의 관심도 줄어들면서 최근엔 ‘공무원밖에 없는 현장시장실’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돈 드는 민원은 많은데 재원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즉답을 내놓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