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무비‘ 나에게서 온 편지’
프랑스 영화 ‘나에게서 온 편지’(감독 카린 타르디유)는 깜찍하고 맹랑한 9살 소녀 두 명을 주인공으로 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어른들이 알면 깜짝 놀랄 만한 발칙하고 기상천외한 생각과 사건을 펼쳐가는 소녀들은 반짝반짝하리 만치 순수하고 투명한 감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부모세대와 젊은 관객들에겐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누구라도 가슴 한쪽에 남아 있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환기하고 치유하도록 한다. 부모, 기성세대와의 갈등 속에서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 관객이라면 무엇 때문인지 모를 불안과 두려움, 고통과 번민이 단지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서 온 편지’는 유머와 온기,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마지막의 진한 여운까지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힐링 무비’이자 성장영화다.
1981년의 프랑스. 9살 소녀 ‘라셸’(줄리엣 곰버트 분)은 말은 없고 걱정과 수줍음이 많은 소녀다. 개학 전날 가방을 메고 잠이 들 정도다. 학교에선 재잘거리며 떠들 만한 친구도 없는 외톨이다. 소녀가 이렇게 된 것은 가족의 내력으로 짐작할 만하다. 주방 수리공인 아버지 ‘미셸’(드니 포탈리데스 분)은 나치 치하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홀로 살아남은 유대인이다. 엄마 ‘콜레트’(아녜스 자우이 분)는 튀니지에서 전쟁을 겪은 어두운 기억을 갖고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며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거의 방목된 채 자라났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으니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른다. 밤이면 등 돌리고 눕는 남편이 서운하지만, 콜레트는 큰소리로 울지도, 환한 미소로 반기는 방법도 모른다.
콜레트는 자신의 상처를 딸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딸의 입은 닫히고 거리는 멀어진다. 변화는 엉뚱한 곳에서 왔다. 개학 첫날, 지각한 라셸에게 새로운 짝궁 ‘발레리’(아나 르마르샹 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 녀석, 라셸과는 하는 짓이 하늘과 땅 차이다. 당돌하고 거침없다. 무단횡단하기, 시험지 바꿔치기, 선생님 데이트 미행하기 등 별의별 악동짓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벌인다. 발레리가 벌이는 ‘사건’의 공모자가 돼가며, 라셸은 9살 꼬마의 유쾌한 장난기를 되찾는다. 라셸이 발레리의 십대 오빠를 보면서 눈에 콩깍지가 씌워 ‘내 남자’라고 우기는 장면이나, 두 소녀가 성기나 섹스를 은유하는 ‘19금 단어’를 거침없이 내뱉고, 몰래 훔쳐본 선생님의 ‘그 짓’을 인형으로 흉내내는 대목에선 요샛말로 뿜지 않을 도리가 없다.
라셸과 발레리의 만남은 가족들마저 변화시킨다. 말끝마다 “내가 네 나이 때는 말이다”를 붙이고 살던 미셸, 그저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극진히 보살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콜레트, 이들 라셸의 부모와 달리, 발레리의 엄마 ‘카트’(이자벨 카네 분)는 싱글맘에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인 여인이다. 딸로 인해 우연히 만나게 된 미셸은 딸 친구 엄마에게 미묘한 호감을 느끼고, 이는 부부관계에 변화를 몰고 온다.
이 영화는 누구라도 어린 한때 만났던 첫 우정 혹은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에 관한 작품이다. 영화 속 소녀들의 ‘사생활’은 어른이라면 짐작 못할 상상의 세계이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는 이 주인공들과 다르지 않은 어린 한때를 보내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 작품은 자신의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안달복달하고, ‘내 아이만큼은 달라야 한다’고 노심초사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이야말로 자식을 행복하게 키우는 가장 좋은 길임을 일러주는 치유의 영화다.
이형석 기자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