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허창수 회장은 ‘소탈’, 박용만 회장은 ‘소통’, 한덕수 회장은 ‘네트워크’, 이희범 회장은 ‘온화’, 김기문 회장은 ‘열정’.
경제5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내정),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수장을 각각 상징하는 스타일이다.
그 스타일대로 경제단체를 이끈다.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며 때론 정부 정책에 각을 틀면서, 때론 전격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단체의 색깔은 그래서 재계단체장의 스타일에서 나오기도 한다.
단체장들의 스타일이 관심을 끄는 것은 시대적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관련이 크다. 특히 창조경제 시대를 견인하는 크러더십(크리에이티브리더십ㆍcreative+leadership)을 어떤 단체장이 잘 수행하느냐는 단체의 위상과 향후 방향성을 가늠케 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소탈하다. 대기업 오너 답지 않은 소박미가 많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친구로 끌어들인다는 평가다. 전경련 회장을 맡기 전에는 ‘재계의 신사’로 불렸다. 허 회장은 격식을 싫어한다. 당연히 권위는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GS 본사 근처의 지하철역에선 가끔 허 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무실 근처에서 매일 아침 헬스를 한뒤 두서너 코스는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허 회장을 처음 만났을때 ‘사람들이 알아보고 힐끔힐끔 하지 않는가, 그러면 좀 불편하지 않은가’라고 물었더니 “별로 알아보는 사람도 없어요. 그리고 좀 알아보고 쳐다보더라도 그러면 어때요?”라고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넘기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감성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허 회장은 집에서 홈씨어터를 통해 오페라 DVD를 보며 망중한의 여가를 즐긴다. 같은 오페라를 여러 버전으로 감상하면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한다는게 주변의 전언이다.
흥미로운 것은 부인을 통해 세상 얘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최근 제주포럼에서 기자를 만나 “아내가 (재래)시장을 다니는데, 나도 같이 가기도 한다”며 “같이 못가면, 아내가 시장을 다니면서 듣는 얘기를 많이 해주는 편인데 거기서 세상 소식을 얻곤 한다”고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내정자는 소통의 달인이다. 경영과 소통은 그에게 뗄레야 뗄 수 없다. 트위터 친구가 16만명에 달한다. 두산그룹 홍보실은 그래서 트위터에 하루종일 신경을 써야 하는 고생(?)을 감수한다.
박 회장은 최근 서울상의 회장으로 추대됐다. 서울상의 회장은 자연스럽게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다는 점에서 이달 중순 이후면 상의의 새 수장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70여곳의 지방상의 회장이 나이가 많은데, 박 회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신임을 얻은 것은 이같이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회장 역시 여느 대기업 회장과 달리 체면치레를 싫어한다. 격식 파괴자라는 소리를 듣는다. 직원들과의 진솔한 대화에도 적극적이다. 경영자로서는 인수합병(M&A), 인재경영 쪽에 탁월한 능력이 엿보인다.
박 회장 내정자에게 대한상의가 크게 기대감을 보이는 것도, 업계가 새 상의의 역할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향후 두산에서 보인 경영능력만큼 상의 수장으로서도 기업들을 잘 대변하고, 상의 조직에 젊은 바람을 불어넣을지 주목이 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 내정자는 서울상의 회장 추대와 관련한 수락의 변을 통해 “대한상의 회장은 국가경제와 상공업계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로 그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있는데, 책임이 무거운 자리이나 상의 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져 소임을 맡긴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겸손하되, 회원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뜻이 읽혀져 향후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덕수 무협 회장은 폭넓은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대통령 정책기획ㆍ경제수석비서관,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한미 FTA체결지원위원회위원장 겸 대통령 특보, 국무총리, 주미대사를 거친 막강한 내공을 보면 어찌 당연할지 모른다. 국내의 폭넓은 인맥과 해외로까지 뻗치는 지인들의 네트워크는 혀를 내둘리게 만든다.
한 회장은 적(敵)이 없다. 사람이 좋고, 다정다감하며, 남의 배려할 줄 아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능력은 입증됐다. 그는 통상 분야에서 엘리트 코스를 차곡차곡 밟아 국무총리까지 오른 정통 경제관료로 ‘한미 FTA 전도사’로 불린다. 특히 참여정부 마지막 총리를 역임했고, MB정부에선 주미대사로 활약했다. 보통사람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 할 경력이지만, 권위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그의 인품은 어떤 정부라도 ‘쓰고 싶은 사람’이라고 판단케 만든다는 말도 있다.
한 회장은 무협 회장을 맡은 이후 ‘소리없이 움직이는’ 스타일로 일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매주 금요일 현장강행군을 펼친다는 것이다. 일이 있다면 1박2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평일 ‘소리나게’ 일하고, 주말은 쉬는 많은 이들과 다른 행보다. 금요일에 현장을 찾는 것은 현장의 애로점을 좀더 길게 살피고, 현장에 있는 무역관계자들과의 스킨십 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한 회장은 최근 사내에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가급적 내가 한 일, 동선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지 말라. 대신 회원사에 도움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 그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눈치 빠른 언론은 한 회장에게 ‘금요일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붙였다.
이희범 경총 회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온화한 사람’이다. 그와 마주 앉아 두세마디만 하면 ‘아,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는 무역협회장을 거쳐 경총 회장을 맡고 있다. 현직으로선 드물게 2개의 경제단체장 직을 연달아 맡게된 배경은 그의 이같은 ‘사람좋음’과 무관치 않다.
그렇다고 이 회장이 마냥 순한 사람은 아니다. 능력도 있고, 강단도 있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후 공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행정고시에 수석입학해 상공부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것은 그의 남다른 노력을 엿보게 해준다. 산업부 장관 시절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이때 인내를 바탕으로 한 설득과 중개, 때론 소신껏 일을 밀어붙이는 그의 용기있는 행동에 주변인들은 감탄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STX에너지ㆍ중공업ㆍ건설 회장직을 내놓고 LG상사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성사 뒷 얘기가 재미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이 회장을 LG상사 고문으로 발탁하면서 “이런 분(이 회장)은 경영을 해도 매우 잘 하실 분”이라고 즐거워 했다고 한다. 인품에다가 세련된 능력까지 갖췄으니, 경영자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이같은 이 회장의 편안함과 능력은 그를 난처할 정도로 민감할 수 있는 노사현안 해결의 적임자로 모든 이들이 꼽는 이유가 됐다. 공직자 때의 신념과 기업인으로서의 건전한 경제철학으로 무장됐기에 노사현안에서 중립적으로, 때론 객관적이면서도 현장 어려움을 가슴으로 달래주는 경총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할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에 대한 스토리는 또 있다. 그는 절제의 인생을 산다. 경총 운영과 관련한 얘기는 아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데, 이 회장은 값싼 퍼블릭골프장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폼을 잡고 싶으면 유명 골프장을 언제든지 갈 수 있을 위치에서 이같은 일은 진정으로 ‘소박한 인생’ 목표를 정하지 않은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재계의 ‘패셔니스타’로 통한다. 시계ㆍ쥬얼리를 만드는 사람답게 패션과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는 게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진가는 옷차림이 아닌 업무 과정에서 나온다. 로만손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경제단체 중 유일하게 창업부터 지금의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손수 기업을 일궈온 이다. 바닥에서 출발, 오늘날 중견기업으로 키워온 그는 기업이 성장단계별로 겪는 애로사항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필드에서 담금질된 ‘현장형 수장’인 셈이다.
사업 초창기에 직접 보따리를 들고 바이어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 덕에 통관ㆍ세관ㆍ외환 등 수출과 외환업무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전문가다.
김 회장은 빠듯한 일상에도 늘 열정이 넘친다. 두달치 달력이 빡빡하게 채워진 스케쥴 속에서도 그는 모든 문제를 본인이 직접 사람을 만나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직원들이 “체력이 지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위트를 잃지 않는 언변도 빼놓을 수 없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발언이 있을 때) 준비물은 몇몇 키워드와 간단한 메모가 전부로, 나머지는 본인의 통찰력으로 메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성격도 다르고, 스타일도 제각각인 경제5단체장. 그들에겐 재미있고도 흥미로운 인생 포인트가 저마다 숨어있다. 그것을 들춰보는 것 또한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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