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1박2일’도 열심히 한다. 최근 방송된 아이템들은 기획한 흔적이 엿보인다. 해양대 학생들과 미식축구공으로 축구 경기를 가졌던 부산 우정여행, 소녀시대 윤아와 허영만 화백이 게스트로 출연한 여수 음식궁합레이스, 차태현의 집과 가족이 자연스럽게 공개된 복불복축제, 경북 의성 빙계리의 산운마을과 풍혈을 찾아나선 명당특집, 신안 임자도와 무인도에서 열린 올드보이 스카우트 여름캠프, 수애가 게스트로 나온 전남 장흥 2013바캉스연구소편 등은 장소나 내용물에 대해 고심한 결과물이다. 그런데도 시청률은 계속 내려가고 화제성도 크게 약화됐다. 물론 MBC ‘일밤’의 ‘아빠어디가’와 ‘진짜사나이’가 너무 잘나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자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1박2일’은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이 가능하다. 카드를 칠 때 패가 읽혀버린 느낌이다. 물론 복불복 게임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누가 이기고 지느냐, 누가 야외취침을 하고 누가 집에서 자느냐는 궁금하지 않다. 4일 방송된 바캉스연구소편 2부에서 벌어진 삼겹살 요리콘테스트의 결과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
‘진짜 사나이‘에서 완벽한 사나이 장혁이 군종병사와의 씨름대결에서 순식간에 공중에 붕 떠 모래판에 내다꽂힐지 누가 알았겠는가? ‘아빠 어디가’에서 송지아가 아빠 송종국에게 새로운 남자친구라며 정훈이를 거론한 것, 성동일의 딸 성빈이 처음 만난 이종혁의 무등을 타고 노는 것 또한 예측하기 힘든 장면이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벌인 고스톱 대결에서 이순재가 ‘쓰리고’ 찬스를 맞았지만 상대에게 점수가 나는 반격을 허용해 거침없던 기세가 완전히 꺾이는 상황이 나온 것도 예측불가였다.
이처럼 리얼리티 예능은 예측불가의 장면, 반전의 장면에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1박2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이 점이다.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기대감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장소를 가고, 재미있는 게임을 해도 시청자의 반응은 밋밋할 뿐이다.
사실 멤버가 고정된 리얼리티 예능은 장수하기가 어렵다. 음악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가장 높은 ‘전국노래자랑’은 송해라는 국민오빠만 고정시키고 나머지 요소인 참가자들은 끊임없이 바뀐다. ‘1박2일’은 고정된 멤버로 새로운 시도와 변신이 쉽지 않다. ‘1박2일’의 현 멤버는 ‘큰형’ 강호동, ‘허당’ 이승기, ‘은초딩’, 김C 때에 비해 캐릭터마저도 신선하지 못하다. 게스트가 자주 출연하면 게스트의 유명세에 의존한다는 소리를 듣을 소지가 있다. 게스트가 자주 오면 기존 멤버들의 캐릭터도 약화된다.
그 점에서 ‘무한도전’은 고정된 멤버로 매주 실험을 하며 9년째 이어오고 있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 실험성은 ‘무한도전’을 출발할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변모시키며 예능의 역사를 새로 쓰게 하고 있다. 거의 모든 실생활을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열린 아이템’ 구조라 어디까지 아이템이 확장될지도 궁금하다. 그러니 그 실험성이 때로는 무모하고 저돌적이라 해도 격려해주어야 한다.
‘1박2일‘은 자칫 열심히 하고도 식상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제작진과 멤버들은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1박2일’의 문제점을 직시해야 할 때다. ‘1박2일’은 이런 형태로 계속 가다가는 프로그램을 없애지도 못하고, 계속 놔둘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수애가 게스트로 나온 장흥편은 시청자들이 수애의 드라마밖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감상하도록 만들지 않고 자막으로 지레 너무 고품격 배우로 만들어버렸다. 수애에 대해 자막에는 ‘아름답다’ ‘신비로운’ ‘우아‘ ‘세련’ 등이 계속 올라왔고, 멤버들은 내내 이쁘다를 연발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100% 리얼이 아니라는 점은 시청자들도 다 안다. 이제 김종민이 하는 과도한 리액션으로 예능선수 소리를 듣는 시대는 지났다. 오버액션을 수애에게 가르친다한들 리얼리티 예능의 효과는 별로 생기지 않는다. 여행을 통한 설렘과 작은 일탈의 감성, 특정 상황에서의 감정 표현을 통한 공감대 형성, 멤버들이 이런 것을 느낀다는 점이 전달되지 않고는 위기의 ‘1박2일’을 살려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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