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데이즈 인 뉴욕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보다 더 기막힌 사연의 커플이 있다. 뉴욕에 사는 남자와 파리에서 온 여자다. 프랑스 톱스타 여배우 출신인 줄리 델피가 감독하고 주연까지 맡은 로맨틱 코미디 ‘2 데이즈 인 뉴욕’이다. 오랜만에 맘껏 웃게 되는 잘 빠진, 달변의 코미디다. 포복절도할 만한 수다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주저리 주저리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뉴요커의 속물과 편견을 드러내는 우디 앨런 식의 지적인 블랙 유머와 사돈 상견례 코미디를 개척한 할리우드 영화 ‘미트 페어런츠’, 그리고 한국영화 ‘고령화 가족’ 같은 콩가루 가족 코미디를 섞어놓은 듯한 영화다.

뉴욕에서 동거하는 30대 후반의 흑-백 커플이 주인공이다. 라디오 DJ이자 칼럼니스트인 밍구스(크리스 락 분)와 파리 출신의 사진작가 마리옹(줄리 델피 분). 둘 모두 ‘돌싱’(이혼남녀)으로 각각 전 부인,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딸과 아들을 데리고 동거 중이다. 뉴욕의 유명 지역 일간지인 ‘빌리지보이스’에서 칼럼니스트와 사진기자 시절 만났다. 여자는 속절없이 갱년기 아줌마를 향해가는 넋두리를 푼수처럼 털어놓았고, 남자는 너무 솔직해서 바보같은 상대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줬다. 그렇게 눈이 맞은 뉴요커 남자와 파리지앵 여자는 때로 애인처럼, 때로 친구처럼 쿨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관계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파리로부터 여자의 가족이 뉴욕으로 찾아오면서 ‘사단’이 난다. 마리옹이 뉴욕에서 첫 사진전을 열기로 하자 딸의 전시를 굳이 봐야겠다며 마리옹의 아버지 진놋(앨버트 델피)이 뉴욕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내내 언니와 티격태격 싸워왔던 마리옹의 여동생 로즈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마뉘 등 ‘불청객 군식구’와 더불어 말이다.

그런데 이 가족 하는 말마다 ‘폭탄’이고, 하는 짓마다 ‘사고’다. 마리옹의 아버지는 영어에 서툴면서도 말끝마다 막말에 속어, 음담패설이고 딸 커플의 은밀한 ‘침실 사정’을 캐묻기 일쑤다. 아동심리 전문가라는 여동생 로즈는 연인과 동행하고서도 좀 생겼다 하는 남자만 보면 옷을 벗어젖히는 ‘노출광’이다.

유유상종이라고 로즈의 남자친구 마뉘는 한 술 더 뜬다. 여자만 보면 추근덕거리기 일쑤에다 예술가라고 자칭하며 ‘흑인, 인도인, 유대인’ 등 인종을 두고 농담을 떠벌려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가 하면, 대놓고 대마초를 피워 밍구스를 당혹스럽게 한다.

파리에서 찾아온 마리옹 가족의 이틀간 뉴욕 체류기가 ‘2 데이즈 인 뉴욕’이다. 파리에서 찾아온 (예비)장인과 사돈의 행패와 횡포에 참다 못한 밍구스가 “더 이상은 제발!”을 외치고, 평화롭고 달콤했던 마리옹과의 관계에 위기가 찾아온 가운데 드디어 전시회가 열린다.

무엇보다 미국과 프랑스, 뉴욕과 파리의 문화 차이를 드러내는 경쾌한 수다가 웃음을 자아낸다. 알제리 전쟁 때 집총을 거부했다는 평화주의자인 아버지와 68년 파리혁명 당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는 (돌아가신) 어머니 등 마리옹이 술회하는 부모의 개인사나 60년대 흑인 민권운동에 투신했었다는 밍구스의 부모 등 깨알같이 배치된 유머의 사회적 맥락도 흥미를 더한다. 영화 후반부 마리옹과의 결별을 두고 거듭 갈등하는 밍구스가 마치 멘토에게 상담하듯 오바마 대통령의 전신사진 앞에서 고민을 토로하는 장면도 재미있다. 2007년 작인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의 속편 격인 작품이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