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골프치기 원했던 祖父 후원 골프 남다른 소질보이자 본격 입문 세리키즈 넘어 진정한 골프퀸 우뚝

“세리 언니처럼 될 거예요.”

부모님 손에 이끌려 ‘억지로’ 골프채를 잡았던 박인비(25ㆍKB금융그룹ㆍ세계랭킹 1위)는 1998년 ‘맨발’의 박세리가 US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본 후 달라졌다. 더는 도망치지 않았다.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8년 ‘박세리 키즈’는 US오픈에서 19세의 나이로 첫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대회 최연소 우승자 기록도 세우며, 한국인으로는 다섯 번째로 LPGA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박세리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US여자오픈 징크스’가 덮치면서 수년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다시 ‘절치부심’의 5년이 흘렀다. 2013년 박인비는 LPGA 시즌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기록하며 세계 여자골프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박인비는 1일(이하 한국시간) 제68회 US여자오픈 우승을 거머쥠으로써 올해 크래프트 나비스코, 웨그먼스 LPGA 우승에 이어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지난해 7월 에비앙 마스터스는 ‘박인비 시대’를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그는 이 대회에서 4년 만에 생애 두 번째 LPGA 샴페인을 터뜨린 데 이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우승컵을 하나 더 가져가 시즌 상금왕과 최저 타수상을 차지했다. 올해 처음 출전한 혼다 LPGA 타일랜드 대회에서 극적으로 우승하고,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컵과 함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가져갔다. 기세를 이어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정상에 오른 뒤 6월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도 연장전 끝에 베테랑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를 꺾고 시즌 4승, 통산 세 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그동안 L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는 박세리(1998, 2002, 2006년)가 유일했다.

올 시즌 독보적인 우승 행진을 벌이고 있는 박인비의 뒤에는 가족이 있다. 박인비는 아들ㆍ손녀와 함께 ‘3대 골프’를 치는 게 소원이었던 할아버지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으며 자랐다. 아버지 박건규(52) 씨는 열 살의 박인비를 골프에 입문시켰다. 1년 만에 전국 대회 우승을 하는 등 남다른 소질을 보이자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51) 씨는 “하기 싫다”던 박인비를 골프에 더욱 집중하도록 다독이고 격려했다. 지난해 한ㆍ일 대항전에는 15명이 한꺼번에 응원을 올 정도로 박인비에 대한 가족들의 지지는 대단하다.

‘골프퀸’은 이제 또 다른 신기원을 남겨두고 있다. 바로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이다. 골프에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남자 골퍼 보비 존스(미국)뿐, 아직 여자 선수는 없다.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