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7회> 감추어진 승부 1

5개국 관통 랠리대회의 첫 번째 포스트는 그 유명한 진시황릉 앞에 마련되어 있었다. 동서로 485m, 남북으로 515m에 달하는 그 엄청난 황릉 앞 주변은 줄지어 늘어선 나트륨 등으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주황색 불빛과 사방 하늘을 가르는 레이저 조명, 그리고 수많은 불꽃 폭죽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 98년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로 황릉 앞이 이토록 성대하게 꾸며진 게 처음이라고 하는 군요.”

“그래요? 우리가 그렇게 엄청난 환대를 받는단 말이야?”

유호성과 현성애는 감격에 겨워 서로 손을 맞잡은 채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황릉 주변 하늘은 대낮처럼 밝았다. 수천, 아니 수만 개의 폭죽이 하늘로 쏘아 올려지고, 그것이 하늘에서 또다시 수천, 수만 개의 불꽃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뿐인가? 그물처럼 밤하늘 위에서 교차되는 레이저 빔은 황릉이 위치한 시양(西楊)촌 일대를 온통 형광 빛 색채로 물들이는 중이었다.

“저걸 보세요. 말로만 듣던 병마용이 줄지어 서 있어요.”

“병마용? 진흙으로 만들었다는 무장병사 인형들?”

“네, 20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진시황의 친위군단.”

정말 대단한 환대였다. 1974년에야 발견된 이 병마용은 중국에 국빈이 방문을 하더라도 플랫폼에서만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허락되어 있었다. 국가원수가 방문했을 경우에나 병마용 대열 안까지 들어가는 것을 가끔 허락할 뿐, 일반인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관람대에서만 겨우 구경할 수 있는 국보급 유물인 것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5개국 관통 랠리대회의 포스트로 정해진 황릉 앞마당까지 수십 개의 병마용을 진열한 상태였으니 놀라울 뿐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길게 늘어선 병마용 뒤에 돈 주고도 살 수 없다는 클래식 명차들이 각각 한 대씩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를테면 진귀한 클래식 명차를 진시황의 친위대 병사들이 엄격하게 호위하고 있는 셈이었다.

“저거 봐요. 1961년식 ‘페라리 250 GT SWB 캘리포니아 스파이더’예요. 할리우드 스타 ‘제임스 코번’이 타던 차, 겨우 56대만 생산되었던 그 명차!”

“저길 봐, 저건… 1937년식 ‘메르세데스 벤츠 540K 스페셜 로드스타’야. 한때 부호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은빛 찬란한 귀공자.”

5개국 관통 랠리대회를 기획한 유민 회장의 힘이 이토록 크게 작용한 것일까? 아니면 중국정부에서 이 대회를 활용하여 정치적,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 그 내막을 알 수는 없었지만 춘추전국시대의 유물과 세계적인 클래식 명차를 조합하여 이벤트를 벌이는 솜씨는 기가 막힐 정도였다. 연방 터지는 폭죽으로 인해 밤하늘은 현란했고, 병마용과 클래식 명차들을 밝히는 조명은 대낮처럼 밝았다. 게다가 우뚝 솟은 진시황의 동상 주위로 무희들이 춤추고 있었으며 사방에 펼쳐진 테이블에는 샴페인 병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 와중에 세계 각국에서 출전한 랠리선수들은 저마다 축제분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브라보! 브라보! 혹은 원더풀! 선수들은 저마다 샴페인을 들이키며 취해가기 시작했다. 그래, 오늘 밤까지는 실컷 먹고 노는 거야. 이제 내일부터는 피 튀기는 경주가 시작될 테니까…

제1 포스트, 이른바 랠리 개막 축제의 밤은 선수들의 열기로 뜨거워가고 있었다. 스위스 선수들은 1931년식 ‘벤틀리 블로워’ 앞에서 술을 들이켰고, 미국 선수들은 1935년식 ‘뒤센버그 SJ’ 앞에서 취해갔다. 프랑스 선수들은 1884년식 ‘드 디옹 부통 트레바르도’ 앞에서 건배를 했고, 러시아 선수들은 1933년식 ‘들라주 D8 S’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하다못해 아프리카에서 온 모리타니아 군인들도 1912년산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 앞에서 탭댄스를 추었고, 1963년식 ‘페라리 루소’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모두가 흥분했고, 모두의 마음은 열광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도열된 명차의 맨 끝, 1961년식 ‘애스턴 마틴 DB 4 GT’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샴페인을 마시기는커녕 굳은 표정으로 담배만 피워대고 있었다. 한 시간 전에야 겨우 포스트에 도착한 권도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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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