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지혜 기자] “왜 게임회사가 컴퓨터박물관을 만드나요?”

넥슨컴퓨터박물관을 방문하기 전 기자들이 가장 궁금했던 질문입니다다.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이 하드웨어 전시를 주요 업무로 하는 박물관을 세운다니,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컴퓨터는 극장이다= 박물관은 전시관마다 각 전시관의 특성을 보여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컴퓨터는 극장’이라는 1층의 문구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국내 MMORPG게임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바람의 나라’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컴퓨터는 극장, 바람의나라는 영화... 컴퓨터와 게임이 극장과 영화처럼 하나의 문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1층에 위치한 ‘웰컴스테이지’에는 최초의 개인용컴퓨터와 콘솔게임기, 최초의 마우스 등이 있습니다. 지금은 손에 쥐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마우스도 있지만 최초의 마우스는 커다란 나무상자 안에 두 개의 바퀴를 장착한 형태입니다. 스티브잡스와 스티브워즈니악이 개발했다는 첫번째 컴퓨터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초창기 컴퓨터는 지금처럼 모니터와 본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초록색의 마더보드(칩)를 판매했습니다. 사람들은 마더보드를 산 후 별도의 키보드와 TV 등에 연결해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기자는 1층 전시관에서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애플을 기사회생시킨 아이맥G3를 보니 어린 시절 부모님께 아이팩을 사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게임,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너머= 1층이 게임이 열리는 극장으로서 컴퓨터를 보여준다면, 2층과 3층에는 게임과 컴퓨터의 역사가 총망라됩니다. 2층은 초창기 게임부터 미래의 게임기까지, 대표적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슈팅게임의 역사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박물관 측은 세상의 모든 게임을 수집하고 보존하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팩을 꽂고 추억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람객의 눈길을 끈 전시관은 3층 ‘히든스테이지’입니다. 이 곳에는 가상공간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클릭하는 것처럼 관람객들이 소장품을 직접 선택하여 볼 수 있는 ‘오픈 수장고’가 있습니단. 아주 오래된 고서를 관람객이 원한다고 꺼내서 보여주는 박물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원하는 제품을 10분 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스닉프리뷰’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박물관 측은 “박물관 가장 안쪽에 은밀히 숨겨져 있던 수장고를 밖으로 끌어내 지속적으로 관람객과의 교감의 폭을 넓히고, 박물관을 체험하도록 하고 싶다”며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만지는 추억의 오락실= 극장으로서의 컴퓨터를 만난 후 관람객은 지하1층의 ‘스페셜스테이지’에서 비로소 진짜 게임을 만날 수 있습니다.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희로애락을 선사했던 오락실 게임들이 ‘크레이지 아케이드’라는 이름으로 잔뜩 들어서 있었습니다. 박물관은 ‘pong’과 같이 사라져버린 옛 게임을 복각해 실제로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용호의권을 21세기 형 스크린에 구현해 관람객들이 게임을 지켜볼 수 있도록 전시관을 구성했습니다.

1층~3층의 각 전시관을 둘러보고나니 “왜 넥슨이 컴퓨터 박물관을 세우나?”하는 궁금증은 다소 사라졌습니다. 영화 마니아들이 영화를 보기 전에, CGV, 메가박스에서 단성사까지 각자 선호하는 극장이 있듯이 컴퓨터는 게임을 보여주는 극장입니다. 실제로 박물관의 한 큐레이터는 “스티브잡스가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 이유는 게임을 좀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라고 설명했을 정도로 게임은 컴퓨터의 성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국내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이지만 독일과 미국에는 이미 더 큰 규모의 컴퓨터박물관이 있습니다. 넥슨은 현재 이들과 MOU를 체결하고 다양한 자문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넥슨은 8일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복원 계획을 밝혔습니다. 바로 이 박물관에서 복원된 게임이 내년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최윤아 역시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은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계획만 있고 실체도 없는 우리와 해외 유수의 박물관들이 선뜻 MOU를 맺은 것은 게임회사로서 넥슨을 고평가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올해가 지나 내년에는 제주도의 수많은 박물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합니다.

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