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등 돌린 현수막(Welcome!), 담뱃재를 턴 양은냄비 재떨이(연기가 당신 눈에 들어간다), 그리고 같은 온도로 계속 끓고 있는 또 다른 두 개의 냄비(끓는 점)….
일상의 부스러기 같은 작품들이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무심한 듯 듬성듬성 놓였다. ‘절대, 지루할 틈 없는’이라는 전시 타이틀 아래.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오브제들은 독립된 작품명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각각의 이름으로 개념화해 부르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미술가이자 소설가인 싱가포르 작가 히만청(Heman Chongㆍ38)은 유기적인 공간 구성을 통해 전시 그 자체가 주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전시 오프닝 리셉션이 열렸던 지난 7일, 젊은 작가들이 담뱃재를 턴 양은냄비 한쌍은 전시장 귀퉁이에 그대로 남겨졌다. 벽면에 붙은 ‘웰컴’ 현수막은 앞뒤가 뒤집어진 채 관객들을 환영 (안)하고 있다. 전시장 바닥조차 테이프를 뗀 자국같은 이전 전시의 흔적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도대체 뭘까. 작가는 ‘중년의 위기를 맞은 비영리 미술공간’을 가상의 캐릭터로 의인화해 작가 자신을 투영시켰다. 그리고 그 심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느 공간이 매일 아침 일어나 양심의 가책, 무력감, 절망, 비관, 그리고 자신이 쓸모없다는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스스로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점점 더 깊은 후회를 하게 된다”
작가는 수없이 만들어지고 뜯겨나가는 전시 공간의 공허감에 빗대어 예술가로서, 예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여전히 끓고 있는 두 개의 냄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시작은 늘 유효하다는 메시지다.
전시는 3월 29일까지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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